국감장에 웬 벵갈고양이?

입력 2018-10-10 18:25 수정 2018-10-10 23:57
정부세종청사에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등장한 벵갈고양이. 뉴시스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첫날부터 이색 ‘소품 열전(熱戰)’이 국감장 곳곳에서 벌어졌다. 매년 국감에서는 국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 한가운데 등장한 ‘벵갈고양이’였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데려온 고양이로, 지난달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게 정부의 과잉 대응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등장시켰다.

김 의원은 “사살된 퓨마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가져왔다”며 “당시 퓨마는 전광석화처럼 사살됐다. 당일 퓨마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까지 1시간35분이 걸렸는데 지난해 북한 미사일 발사 때 2시간33분 만에 NSC가 열린 것과 비교하면 청와대가 훨씬 민첩하게 움직였다”고 비꼬았다. 이어 “퓨마는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온순하다”며 “마취총을 쐈는데 안 죽자 바로 사살했는데 불쌍하지 않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이 고양이를 어렵게 공수해 며칠간 닭가슴살과 참치를 먹이며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퓨마 탈출로) 인근 주민은 굉장히 위험했다”며 “동물원 측과 협의해 사살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NSC 회의 소집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물학대 논란도 제기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은 “당국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겠다며 또 다른 살아있는 동물을 철창에 가둬 전시한 김 의원의 작태는 동물학대”라며 “개인의 유명세를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하는 무책임한 정치쇼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도 톡톡 튀는 소품이 여럿 등장했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실리콘 지문’을 가져와 “이것으로 아이폰을 열 수 있고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17만원을 결제할 수 있다”며 시연했다. 이어 “실리콘 지문으로 야간수당을 부당수령한 사례도 적발됐다”며 “실리콘 지문이 활발하게 유통돼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인공지능(AI) 로봇산업에 대한 정책 질의를 위해 LG전자 AI스피커 ‘클로이’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박 의원이 “헤이 클로이”라는 지시어를 10여 차례 말했음에도 스피커가 알아듣지 못해 진땀을 흘렸다. 결국 보좌관이 나와 지시어를 반복한 끝에 성공했고 박 의원이 “내가 사투리를 써서 못 알아들은 것 같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박 의원은 마침내 음악을 재생한 클로이를 쓰다듬으며 “수고했어”라고 말했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손잡이 없는 ‘맷돌’을 동원했다. 박 의원은 “보좌진에게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을 상징할 수 있는 걸 준비하라니까 어처구니없는 맷돌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장에 ‘액체 괴물’이라는 장난감을 가져왔다. 김 의원은 액체 괴물이 든 통을 들어 올리며 “이 액체 괴물 안에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유해성 물질이 들어 있어 정부가 지난 1월 전량 리콜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