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첫날부터 이색 ‘소품 열전(熱戰)’이 국감장 곳곳에서 벌어졌다. 매년 국감에서는 국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 한가운데 등장한 ‘벵갈고양이’였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데려온 고양이로, 지난달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게 정부의 과잉 대응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등장시켰다.
김 의원은 “사살된 퓨마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가져왔다”며 “당시 퓨마는 전광석화처럼 사살됐다. 당일 퓨마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까지 1시간35분이 걸렸는데 지난해 북한 미사일 발사 때 2시간33분 만에 NSC가 열린 것과 비교하면 청와대가 훨씬 민첩하게 움직였다”고 비꼬았다. 이어 “퓨마는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온순하다”며 “마취총을 쐈는데 안 죽자 바로 사살했는데 불쌍하지 않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이 고양이를 어렵게 공수해 며칠간 닭가슴살과 참치를 먹이며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퓨마 탈출로) 인근 주민은 굉장히 위험했다”며 “동물원 측과 협의해 사살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NSC 회의 소집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물학대 논란도 제기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은 “당국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겠다며 또 다른 살아있는 동물을 철창에 가둬 전시한 김 의원의 작태는 동물학대”라며 “개인의 유명세를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하는 무책임한 정치쇼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도 톡톡 튀는 소품이 여럿 등장했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실리콘 지문’을 가져와 “이것으로 아이폰을 열 수 있고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17만원을 결제할 수 있다”며 시연했다. 이어 “실리콘 지문으로 야간수당을 부당수령한 사례도 적발됐다”며 “실리콘 지문이 활발하게 유통돼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인공지능(AI) 로봇산업에 대한 정책 질의를 위해 LG전자 AI스피커 ‘클로이’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박 의원이 “헤이 클로이”라는 지시어를 10여 차례 말했음에도 스피커가 알아듣지 못해 진땀을 흘렸다. 결국 보좌관이 나와 지시어를 반복한 끝에 성공했고 박 의원이 “내가 사투리를 써서 못 알아들은 것 같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박 의원은 마침내 음악을 재생한 클로이를 쓰다듬으며 “수고했어”라고 말했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손잡이 없는 ‘맷돌’을 동원했다. 박 의원은 “보좌진에게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을 상징할 수 있는 걸 준비하라니까 어처구니없는 맷돌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장에 ‘액체 괴물’이라는 장난감을 가져왔다. 김 의원은 액체 괴물이 든 통을 들어 올리며 “이 액체 괴물 안에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유해성 물질이 들어 있어 정부가 지난 1월 전량 리콜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국감장에 웬 벵갈고양이?
입력 2018-10-10 18:25 수정 2018-10-10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