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투자 심리… 코스피, 연중 최저치로

입력 2018-10-11 04:04
심리적 지지선 2250선 붕괴… 외국인 1조8000억 순매도
종전선언 기대감 영향 못줘 원화 가치도 계속 떨어져


미국발(發) 금리인상 여파로 하락을 거듭하던 코스피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7거래일째 하락세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2250선이 무너져 투자자들의 공포심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간 코스피시장에서 1조80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도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25.22포인트(1.12%) 내린 2228.61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8월 16일 기록했던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2240.80)를 경신했다. 지난해 5월 2일 2219.67 이후 약 1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1월 29일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인 2598.19와 비교하면 지수가 14% 이상 하락했다. 통상 지수가 직전 최고치보다 20% 이상 떨어지면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이날 코스피의 출발은 좋았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세 진정 등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상승한 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재차 비판한 것도 증시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코스피가 심리적 지지선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2250선 내외)에 도달한 만큼 더 이상의 하락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PBR 1배보다 낮다는 건 주식 종목의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도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는 외국인들은 멈추지 않았다. 외국인은 이날에만 23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튿날인 지난달 28일부터 1조80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같은 기간 1조5800억원을 순매수했다.

연내 종전선언 기대감이 커지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국면에서도 외국인은 왜 돈을 빼는 걸까.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의 호황과 달러 강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한반도의 종전도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증시와 더불어 원화 가치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원 오른 1134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10월 들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중 무역전쟁도 계속 격화되는 추세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 완화 등 글로벌 무역 환경의 직접적인 개선이 있어야 증시의 추세적 반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신한금융투자 노동길 연구원은 “PBR 1배는 복원력이 높은 구간이었다. 지난 8월에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10거래일 연속 상승한 점을 볼 때 추가 하락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