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산업현장에서 ‘은폐’와 ‘방치’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말을 관리하다 뒷발에 차이고 공장에서 작업하다 사고가 발생해도 숨기기에 급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감전사고의 비율이 매년 40%를 넘지만 관리 상황을 정기적으로 살펴보는 정부부처조차 없다.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이 산업재해에 ‘인재(人災)’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공개한 고용노동부의 산재 미보고 적발 현황을 보면 지난해 산재를 은폐했다가 적발된 건수는 1315건에 이른다. 2015년(736건)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부과된 과태료만도 35억8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억원 증가했다. 그나마 고용부가 119구급대 자료 등 유관기관의 산재 미보고 의심정보를 입수해 조사하지 않았으면 밝혀지지 않았을 일이다.
산재 은폐 적발 건수가 많았던 상위 10개 업체를 보면 경마 관련 사업장이 가장 많다.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에서 50건,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본부에서 12건이 적발됐다. 말을 씻기다가 뒷발에 차여 부상을 당한 경우, 말이 요동을 치면서 모래가 눈으로 튀어 부상을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대기업 소속 사업장 사정도 비슷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공장과 GS엔텍이 각각 17건과 12건의 산재를 보고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들통났다. 전 의원은 “위반 사업장을 강력히 처벌하고 주기적인 근로감독을 통해 산재를 미연에 예방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사업장 감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예방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 감전재해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감전사고 피해자(532명)의 41.7%는 공장·작업장,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최근 3년간 매년 40∼50%의 감전사고가 작업현장에 집중돼 있다. 지난 8월 한 대형 물류업체에서 발생한 대학생 감전 사망자 사고도 이에 속한다. 고용부가 지난해 1월 물류업체 62곳의 산업안전보건 상황을 감독한 결과 48곳이 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그만큼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2016년 1월 시행된 개정 전기안전법에 따르면 매년 1회 이상 전기안전관리업무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대상 시설은 3만8485곳에 이른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년도 조사 예산은 ‘0원’이다. 우 의원은 “산업부가 법을 지켜 실태조사만 철저히 했더라면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정현수 기자 sman321@kmib.co.kr
말발굽에 차이고 공장서 사고나도 ‘나몰라라’ 여전한 산업재해 모럴해저드
입력 2018-10-10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