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억원대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현금을 반복적으로 출금하던 인출책의 수상한 행동이 점심식사를 가던 경찰 눈에 들면서 덜미가 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 8월까지 ‘강남바둑이’라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박공간개설 등)로 운영진과 상습도박자 등 27명을 입건하고, 그중 수익금 관리책 박모(45)씨와 수익금 인출책 문모(45)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게임접속자를 모집하는 총판 36개를 운영하며 610억원대의 인터넷 도박판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회원 2000여명의 게임머니를 충전·환전하는 데 대포통장 100여개가 쓰였고, 환전 수수료 10%와 베팅액 1%를 ‘딜비’ 명목으로 받아 128억원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신분노출을 피하기 위해 중국 메신저 ‘위챗’을 사용하고, 계좌가 정지될까봐 한 계좌당 1000만원 이상 모이면 인출책이 곧바로 돈을 빼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사이트 서버는 일본에 있었지만 관리는 중국에서 했다. 국내에는 수익금 관리책, 홍보 관리책, 대포통장 모집책, 총판 관리책을 둬 역할을 분담했다.
방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던 중 우연히 은행 ATM 앞에서 고액의 현금을 반복적으로 출금하는 문씨를 발견해 ‘꼬리’를 잡았다. 전화금융사기 인출책으로 판단해 불심검문을 진행했는데, 도박 사이트 수익금으로 확인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로 도주한 운영 총책 등에 대해서도 국제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식사하러 가던 경찰에 도박 사이트 일당 덜미… 현금 반복 인출 수상하게 여겨
입력 2018-10-10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