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심판 개입?… 서울대 총장 선거 또 진흙탕

입력 2018-10-10 18:48
성추문 낙마 이어 재선거도 진통
총장추천위원이 후보 지지 의혹… SNS 통해 가짜뉴스까지 떠돌아
교수협 “불법행위 멈춰야” 경고… 정치인 출신 가세해 갈수록 과열


진통 끝에 재개된 서울대 총장 선거가 초반부터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과정 관리와 최종후보 3인 이사회 추천 등 핵심 권한을 지닌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위원이 직접 특정후보 지지를 부탁했다는 의혹이 교수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더불어 학내에 후보 음해용 ‘가짜뉴스’도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전체 교수들을 대표하는 자치단체인 교수협의회(교협)는 지난 8일 학내 교수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일부 총추위원의 직접적인 특정후보 지지활동, 언론을 통한 간접적 후보자 선전 및 교외세력 개입에 대한 우려, 소위 ‘가짜뉴스’에 의한 후보자 음해행위 등이 팩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학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총추위원은 다른 학내구성원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일부 후보 관련 악의적인 루머를 담은 가짜뉴스도 SNS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 교협은 성명에서 불법행위를 한 개인들의 신상은 밝히지 않겠으나 향후 거취를 지켜보겠다며 경고했다. 이와 함께 총추위에 할당된 25% 투표권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교협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수 사회로부터) 불법행위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분명한 증거가 있으니 제발 그만하라는 경고 차원에서 낸 성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치단체인 교협에 행정권한은 없지만 불법적 행위가 심각해진다면 교협에 맞는 다른 행동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칙 상 후보 대상자는 총추위원에게 심사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여길 시 해당 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학칙은 총추위원이 해서는 안되는 행위나 제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지난 7월 강대희 최종후보가 성폭력 추문으로 사퇴한 뒤 총추위는 학내 주요단체로부터 선거 파행에 책임을 지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위원직을 사퇴하거나 최소한 선거 뒤 보직을 맡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총추위는 공식 반응하지 않은 채 선거를 재개했다. 총추위 구성원들은 규정상 총추위가 책임질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수 서울대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은 “이번 일은 총추위가 선거를 진행할 자격이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책임 요구를 묵살하고 선거를 강행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도 “총추위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집단에도 엄정중립을 지키도록 해야 하는 기구”라면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2014년 선거에서 성낙인 전 총장에게 석패했던 오세정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뛰어들면서 과열되는 추세다. 당시 이사회가 성 전 총장을 지명하자 교수 150명이 반발 성명을 냈을 정도로 오 교수의 지지 세력은 상당했다.

외부 보도가 오 교수에 집중되자 교수 사회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몸을 담았다가 귀환한 오 교수 측이 이른바 ‘언플(언론 플레이)’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한 교수는 “거물 후보가 뛰어든 데다 올해에만 두 번째 선거다 보니 외부 관심에 비해 내부에선 더 과열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