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 기어, KIA…양현종 부상 이탈에 선발·불펜 총체적 부진

입력 2018-10-10 18:44

2018 한국프로야구(KBO) 시즌이 개막하기 전 야구계의 공통된 예상은 KIA 타이거즈의 2연속 우승이었다. 통합우승의 주역인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잔류한 데다 양현종 김주찬이 건재한 KIA는 전력 누수가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KIA는 시범경기 성적마저 좋았다. 시즌 포부를 밝히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는 9개 구단에게 ‘공공의 적’ 취급을 받았다.

그런 KIA가 가을야구 막차 자리인 5위에 간신히 올라 있다. 지난 9일엔 6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맞대결에서 패하며 6위와의 승차가 ‘0’으로 줄어들었다. 우승이 당연시되던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조차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요인은 투수력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10일 “선발 중간 마무리에서 모든 투수력 지표가 지난해에 비해 현격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원투펀치’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는 올해에도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긴 했다. 하지만 공동 20승을 거뒀던 지난해만큼은 아니다. 최근 옆구리 부상을 입은 양현종은 가을야구에 나가더라도 출전이 불투명하다.

이 해설위원은 “팻 딘과 임기영도 지난해보다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선발요원이던 팻 딘은 KIA 코칭스태프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시즌 도중 불펜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 1개월의 평균자책점은 7점대나 된다. 타자들은 타석 앞쪽에 서며 임기영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2차례의 완봉승을 거둔 임기영은 올해엔 그만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선발진보다 심각한 문제는 중간과 마무리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KIA와 롯데의 최근 상반된 분위기를 낳은 건 결국 윤석민과 손승락의 성적”이라고 말했다. KIA의 마무리를 맡고 있는 윤석민은 최근 10경기에서 4패를 기록하고 있다. 부진의 요인은 구위에 있다. 한때 윤석민이 직구를 높은 코스에 던지면 타자들은 파울밖에 치지 못했다. 지금은 그라운드 안쪽으로 장타가 만들어진다.

뜨겁다는 KIA의 타격도 지난해만큼의 응집력을 구축하는 데는 실패했다. KIA는 10개 구단 가운데 병살타가 가장 많다. 4번 최형우를 뒷받침할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따금 이탈한 영향을 언급한 전문가도 있다. 김인식 KBO 총재 고문은 “이범호 김주찬 안치홍이 모두 나온 경기와 그렇지 못한 경기는 승률 차이가 컸다. 올해엔 그 세 선수의 부상이 잦았다”고 말했다.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이 해설위원은 조심스레 ‘우승 후유증’을 언급했다. 그는 “선수들이 수년간 우승을 못해 ‘이번엔 꼭 이루겠다’고 생각했을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열정과 의욕이 조금은 떨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KIA의 입장에서는 롯데와의 남은 3경기에 투수를 쏟아 부어야 한다”며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를 어떻게 막느냐, 극단적으로는 어떻게 거를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