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문제가 불거졌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언젠가 맞닥뜨려야 할 일이지만 수면 위로 올라온 과정은 갑작스럽다. 말을 꺼낸 이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국감 질의 도중 “중국인은 북한 관광을 자유롭게 하는데 우리가 금강산 관광을 못하는 건 유엔 제재가 아닌 5·24 조치 때문”이라며 이를 해제할 용의가 있는지 물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 정부 고위 관계자가 5·24 조치 해제를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5·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태에 맞서 이명박정부가 내놓은 대북 제재 행정조치다. 개성공단 등을 제외한 방북 불허, 남북 교역 중단,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등이 담겼다. 이후 차츰 완화됐지만 교역 중단과 신규 투자 불허의 두 가지 핵심 골격은 유지되고 있다.
여당 대표와 외교장관의 문답을 통해 5·24 조치가 언급됐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이를 해제키로 방향을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남북 정상의 평양선언에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건을 마련하려면 대외적으로는 유엔 제재, 대내적으로는 5·24 조치가 해소돼야 한다. 그래서 꺼낸 말일 테지만 강 장관도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5·24 해제는 대북 제재 틀 안에서 유연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며 “말이 앞섰다면 죄송하다”고 물러섰다. 그의 해명처럼 천안함 사태와 결부된 5·24 조치는 덜컥 던져볼 이슈가 아니다. 북한이 저질렀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이 있고, 무엇보다 폭침에 희생된 많은 장병과 유가족이 있다. 천안함 유족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건 피해자들이 배제되고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24 조치를 바라보는 천안함 유족의 심정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북한을 향해 그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그들이 대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순서다.
유엔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선 5·24 조치를 해제해도 남북 교류협력에 별 실익이 없고, 유엔 제재는 비핵화와 직결돼 있다. 현 단계에서 정부는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어느 수준에 이르러 국제사회 제재에 변화가 생기면 5·24 조치를 풀어야 하는 시점이 자연스레 찾아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라. 5·24는 많은 논란을 응축하고 있는 이슈다. 천안함 유족을 만나 의견을 듣고 그들에게 공감하는 여론을 청취하고 북한의 적절한 조치를 얻어내며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사설] 5·24 조치 해제하려면 선행돼야 할 조건들
입력 2018-10-1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