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K 엄홍현 대표 “웃는 남자, 무모했으나 자신있었다” [인터뷰]

입력 2018-10-10 06:00
뮤지컬 ‘웃는 남자’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엄홍현 대표가 최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돈이 행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윤성호 기자
배우 박효신 박강현 수호 등이 출연한 ‘웃는 남자’의 극 중 장면들. 공연은 오는 11월 4일까지 이어진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끝났다. 뮤지컬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겠다.’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 공개를 얼마 앞두고, 이 공연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수장인 엄홍현(45) 대표는 이런 확신을 했다.

“처음엔 고민이 많았는데 점차 자신감이 생겼어요. 공연 3개월 전쯤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죠. 지금부터 너희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이 작품은 대박이다.”

그의 ‘감’은 적중했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웃는 남자’는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개막 한 달 만에 최단기간 누적 관객 10만명을 돌파했다. 평균 객석 점유율은 92%에 달했다. 지난달부터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로 무대를 옮겼는데, 열렬한 관객 반응은 식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엄 대표는 “좋은 성과를 거둬 기쁘고 행복하다. 이 모든 건 관객 여러분 덕분이라 생각한다”면서 “아직 공연 중이라 여전히 긴장 속에 살고 있다. 2020년쯤 계획 중인 앙코르 공연 때 100%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계속해서 아쉬운 부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웃는 남자’는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 등으로 흥행 신화를 써 온 EMK뮤지컬컴퍼니가 ‘마타하리’(2016)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창작뮤지컬이다. 기획·제작기간 5년, 총 제작비 175억원이 투입된 이 공연은 스토리·음악·무대 삼박자를 두루 갖추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세 가지였어요. 일단 빅토르 위고의 탄탄한 원작을 믿었고, 남자배우들이 출연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 될 것 같았어요. ‘지킬 앤 하이드’ ‘햄릿’ 등에 참여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음악을 펼쳐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확신이 든 순간 ‘고(Go)’했죠.”

그는 도전의 순간마다 롤모델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말을 떠올린다고 했다. ‘너 해봤어?’ 오래 고민하기보다 바로 실천에 옮긴다는 것이다. 엄 대표는 “내가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편”이라며 “공연 업계에서도 ‘추진력 하나는 네가 최고’라고 한다”고 웃었다.

엄 대표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강원도 영월 출신인 그는 중2 때 부모를 여의고 친구 집에 얹혀살다 스무 살에 단돈 4700원을 손에 쥐고 상경했다. 쌀 배달, 포장마차, 청바지 도매상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렇게 돈을 모아 2004년 공연제작 사업을 시작했고, 2009년 EMK뮤지컬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는 항상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다. “도전적일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지금 가진 걸 다 잃고 다시 4700원만 남는다고 해도 나는 남들이 꿈꾸는 일을 해보지 않았나”라고 미소를 지었다. ‘웃는 남자’의 성공에 대해서도 “무식함과 무모함으로 이뤄낸 결과”라고 겸손해했다.

지금은 라이선스 개발보다 창작에 힘을 쏟고 있다. “스태프들에게 더 큰 가치를 안겨주고 싶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창작 공연을 만들 땐 ‘우리 거니까 우리가 해내야 된다’는 책임감이 생기거든요. 일을 하면서도 더 신날 수밖에 없죠. 스태프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것도 대표 프로듀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세 번째 창작뮤지컬 ‘엑스칼리버’는 내년 6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린다. 엄 대표는 “‘웃는 남자’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만들고 있다”며 “소설과 영화로 여러 차례 알려진 작품이라 관객들이 어느 정도 예상을 하실 텐데, 그 모든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그 다음 작품 역시 창작이다. 신작 ‘베토벤’을 2020∼2021년 공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하는 모든 창작뮤지컬은 자회사인 EMK인터내셔널(대표 김지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향한다. 엄 대표는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이 이만한 수준이라는 걸 해외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