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캠프가 소셜미디어 여론조작에 나서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 부본부장이던 릭 게이츠가 이스라엘업체 ‘싸이그룹’으로부터 받은 여론조작 제안서를 입수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싸이그룹이 세 차례 작성한 이 제안서는 테드 크루즈 공화당 경선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여론조작 대상으로 지목했다. 2016년 4월 작성된 첫 번째 제안서에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후보가 크루즈 후보를 누르고 대의원 5000명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소셜미디어 가짜 계정을 통해 대의원들에게 크루즈 후보의 부정적인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싸이그룹은 직원 40명을 총동원하고 50명을 더 채용해 여론을 조작하겠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제안서는 클린턴 후보를 겨냥했다. 싸이그룹은 제안서에 클린턴과 그 참모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썼다. 이어 가짜계정으로 트럼프 후보의 장점을 부각하는 반면 클린턴 후보의 단점을 지적하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
싸이그룹은 이 계획을 ‘로마 프로젝트(Rome project)’라고 불렀다. 주요 인물에게는 코드명도 붙였다. 트럼프 후보는 ‘라이언(lion)’, 클린턴 후보는 ‘포레스트(forest)’, 크루즈 후보는 ‘베어(bear)’였다. 싸이그룹은 로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가로 300만 달러를 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가 이 제안을 실행에 옮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계획에 관여했던 한 소식통은 제안서를 받아본 게이츠 부본부장이 이 작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NYT에 밝혔다.
반면 익명의 싸이그룹 직원은 이 회사 대표 조엘 자말이 2016년 8월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후보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만나기 직전까지 제안서를 다듬었다고 주장했다. 자말이 이날 회의에서 트럼프 캠프에 제안서를 보여줬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회의에 참석했던 조지 네이더 아랍에미리트(UAE) 특사는 대선 이후 자말에게 200만 달러를 건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트럼프 대선캠프, SNS 여론조작 시도”
입력 2018-10-09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