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을 사칭해 싼 금리로 대출해 줄 것처럼 속여 돈을 받아낸 보이스피싱 일당이 대거 경찰에 붙잡혔다. 경제난과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대출이 어려워진 틈을 타고 최근 들어 이 같은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18명을 구속하고 30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에 있는 총책 김모(37)씨의 지시에 따라 올해 1∼9월 “낮은 금리로 대환대출이 가능한데 이를 위해 기존 대출금을 먼저 갚아야 한다”며 피해자 45명으로부터 5억12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대환대출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이전의 대출금이나 연체금을 갚는 것을 말한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있던 피해자들은 더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말에 속아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7000여만원가량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등의 범행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중국에서 김씨가 콜센터 직원들을 고용해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한국 대포통장으로 입금 받으면 환전책이 중국 불법 환전소와 연계된 국내 상품권 판매업체에서 범죄 피해금액으로 백화점 상품권이나 신발 등을 구매해 중국 판매상들에게 위안화로 판매한 뒤 판매대금을 중국의 계좌로 송금했다.
경찰은 인출책 26명에게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환전책 4명에게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통장을 빌려준 18명에게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중국에 있는 총책 김씨에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혐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대출사기 등 불법금융범죄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기 용이해졌고 때문에 관련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 등 정부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의 피해액은 2014년에는 1637억원에서 지난해엔 62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반면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의 피해액은 2014년 957억원에서 지난해 1808억원으로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제도를 제한하고 선불휴대폰 개통요건 강화 등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그놈 목소리’는 요즘 “싼 금리 대출로 갈아타세요”라고 말한다
입력 2018-10-09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