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59)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당했다는 의혹을 두고 사우디와 터키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정부를 향해 카쇼기가 영사관을 떠났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영사관 관계자들이 카쇼기가 건물을 떠났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영사관에 카메라가 있는 만큼 증명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터키 경찰은 카쇼기가 영사관 내에서 살해된 뒤 시신이 외부로 옮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은 지난 4일 “카쇼기가 결혼 서류를 떼기 위해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서류 작업을 마치고 바로 떠났다”면서 “영사관 안에 카메라가 있지만 촬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쇼기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카쇼기는 사우디 정부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썼던 언론인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터키 정부가 우리 공관을 수색하는 것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터키 정부의 영사관 수색 허가 요청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편 사우디의 대표적인 우방인 미국도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사우디 정부가 카쇼기 실종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사우디·터키, 기자 카쇼기 피살 의혹 공방
입력 2018-10-09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