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올해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9%에서 2.6%로 더 낮췄다. 올해도 올해지만 내년이 더 문제다. 내년 전망치를 한꺼번에 0.3% 포인트나 낮춘 것은 이례적이다. 전망치를 낮추더라도 보통 0.1% 안팎으로 미세 조정해 왔기 때문이다. 2.8∼2.9% 정도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년 전망치 2.6%는 심각한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내년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춘바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올해 3.0%에서 2.9%로, 내년은 2.9%에서 2.8%로 낮췄다. 내년에 우리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데 전 세계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실업과 가계부채, 금리 문제 등 경제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거나 경제 체질이 변하는 과정에서 오는 고통이라고 말한다. 경제가 좋지 않다고 말하면 정치공세로 여긴다. 외환위기 등 외생 변수가 없고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는 경제가 좋은데 우리 성장률이 이렇게 많이 떨어지는 것은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것 말고는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
정부는 이미 한 차례 낮춰 잡은 올해 2.9% 성장률 전망치부터 하루빨리 더 낮추고 성장 동력이 떨어져가는 우리 경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내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며 걱정한 지 오래다. 국내 민간기업 연구기관들은 벌써부터 내년 성장률을 2.5∼2.6%로 낮춰 잡았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고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정부가 정책 운용을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잘한다는 의견보다 훨씬 많다. 경제 현장과 다른 경기 전망, 경제 현장에서 반대하는 정책으로 경제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필요하면 과감히 정책 전환도 해야 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소득주도성장의 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그는 “소득 향상이 더 많은 기술 습득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답했다. 소득 향상이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청와대 경제팀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노벨상 수상자마저 이견을 제시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비주류 경제학자가 내놓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실험적으로 또는 오기로 계속 밀어붙일 정도로 우리 경제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사설] 경제, 내년이 더 걱정이다
입력 2018-10-10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