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불펜 드라마’, 팀이 울고 웃는다

입력 2018-10-09 18:58

시즌 막판 롯데 자이언츠의 반등, KIA 타이거즈의 정체를 낳은 건 불펜이었다. 윤길현 진명호 손승락 등이 아시안게임 휴식기에 컨디션을 되찾은 롯데는 꼴찌로 시작한 시즌을 6위로 만들었다. 반면 팻 딘과 윤석민의 뒷문이 불안해진 5위 KIA는 조금씩 롯데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9일 “롯데가 KIA를 제치는 드라마가 나온다면 이는 불펜의 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선발보다 불펜에 의존하는 뒷문 싸움은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의 트렌드가 됐다. 팀의 투수력은 경기 후반에 집중되는 추세다. 9일 야구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리그 불펜투수의 평균자책점은 5.13으로 선발투수(5.23)보다 낮다. 지난 시즌에는 불펜(5.15)이 선발(4.88)보다 허약했지만 올 시즌 정반대가 됐다. 경기마다 불펜이 소화하는 이닝도 지난해보다 많아졌다.

가을야구에 이미 진출한 팀들이 고심하는 것도 최적화된 불펜 운용 방안이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매 게임 사활을 거는 단기전에서는 1∼2점차의 팽팽한 승부가 많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불펜 카드가 있는 팀은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한다. 시즌 중 선발로 활약하던 선수가 단기전에서는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한다.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는 시즌 중 튼튼한 불펜을 뽐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인 두산은 박치국 함덕주 등 젊은 투수들이 후반을 든든히 지켰다. 터프세이브(누상에 동점·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세이브)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팀이 두산이었다. 한화도 선발 경험이 풍부한 송은범과 이태양을 계투로 내세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에 비해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뒷문 고민이 큰 편이다. SK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7위, 넥센은 9위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SK는 김태훈과 마무리 신재웅이 최근 좋은 피칭을 보여주지만,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게 변수”라고 말했다. 넥센 역시 시즌 내내 불펜을 약점으로 지적당해 왔다.

관건은 입체적인 불펜 활용이다. 막판 순위싸움과 단기전에서는 기계적인 불펜 분업이 아닌, 컨디션이 좋은 선수에게 긴 이닝을 맡기는 운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선발 요원을 구원 등판시키는 ‘1+1’ 전략을 쓰더라도 그 중간 다리에 강한 셋업맨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