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유류 저장탱크에서 발생한 화재가 17시간 만인 8일 새벽 완전히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길이 30m 높이로 치솟고 현장에서 발생한 검은 연기가 20여㎞ 떨어진 서울 잠실에서도 관측될 정도의 대형 화재여서 인근 주민들은 불길이 잡힐 때까지 긴장을 풀지 못했다.
이번 화재는 어느 곳보다도 화재로부터 안전해야 할 대규모 유류 저장시설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고양 저유소는 수도권에 석유를 공급하기 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시설이다. 유류 400만ℓ 이상을 담을 수 있는 옥외 저장탱크가 멀지 않은 간격으로 14개 설치돼 있다. 전체 저장 용량이 7000만ℓ가 넘는 대규모 저장시설이다. 불이 다른 저장탱크로 옮겨 붙었다면 생각하기에도 끔찍한 대형 재난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화재 원인은 어처구니없게도 한 외국인의 실화일 가능성이 높다. 고양경찰서는 스리랑카인 20대 남성을 고양 저유소 화재 관련 실화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 남성이 인근 공사장에서 날린 풍등이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져 불이 붙었고 불씨가 저장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들어가 폭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의 안전 불감증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저유소 관계자들의 안전 관리도 문제를 삼지 않을 수 없다. 풍등이 옥외 저장탱크가 있는 곳으로 날아와 떨어졌고 잔디에 불이 붙었는데도 폭발로 이어질 때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CCTV 등 보안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국가 중요시설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화재가 발생하면 센서가 작동해 자체적으로 초기 진화하도록 설계된 시설인데도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안전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설비 결함이나 오작동, 안전관리 부실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안전 대한민국’을 표방하고 있지만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대형 화재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재난은 방심을 먹고 자란다. 정부는 ‘화재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국가 산업시설은 물론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화재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또 기해야 한다.
[사설] 국가기간시설 안전관리 허점 드러낸 고양 저유소 화재
입력 2018-10-0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