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고 빨래하는 일과 같은 여성의 가사노동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평균 1076만90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림자 노동’(대가가 주어지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노동) 취급을 받았던 노동의 가치는 남성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대신 일하는 시간이 많다. 국제기준을 고려한 통계에서조차 남성보다 시급이 적은 문제도 나타났다.
가사노동의 시대적 가치는 달라졌다.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봉사활동 등의 평가액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반면 부모를 모시는 전통은 사라지는 추세다.
통계청이 처음으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국가통계로 수치화해 8일 발표했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가사노동 가치는 360조7300억원이었다. 1인당 연간 710만8000원이다. 통계청은 5년마다 한 번 실시하는 ‘생활시간 조사’에서 식사 준비, 아이 및 어른 돌보기 등의 가사노동 항목을 분류한 뒤 업종별 시급을 대입해 가치를 계산했다. 이를 같은 해 인구로 나눠 1인당 가사노동 가치도 구했다.
절대량으로 보면 남녀 차이는 여전히 컸다. 2014년 기준으로 남성의 가사노동 가치는 88조2650억원인 데 비해 여성은 272조4650억원이다. 때문에 1인당 가사노동 가치도 각각 346만8000원, 1076만9000원으로 3.1배 차이가 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남성의 경우 하루에 53분(2014년 기준)을 가사노동에 쓴 데 비해 여성은 4배 많은 214분을 투입했다. 그나마도 통계에서조차 적합한 가치평가를 받지 못했다. 여성의 시급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59개 직종별 남녀 평균 임금을 대입하다보니 격차가 발생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남녀 차이는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그나마 나아진 편이다. 남성이 가사분담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남성 전체의 가사노동 평가액은 5년 전보다 38.5% 증가했다. 일하는 남성의 가사노동 평가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2014년 기준으로 직장을 가진 남성의 가사노동 가치는 62조5580억원으로 5년 전보다 40.1% 늘었다.
활동별로 보면 한국 사회의 변화상도 보인다. 봉사활동 등 외부 활동을 금액으로 환산했더니 5년 사이 128.1%나 늘었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동식물 돌보기의 평가액은 5년 만에 52.4% 증가했다. 반면 가족 구조가 바뀌면서 부모를 부양하는 전통은 차츰 사라지는 흐름을 보였다. ‘성인 돌보기’ 항목의 평가액은 2014년 기준 8조7830억원으로 5년 전보다 0.1% 줄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가사노동, 여성이 4배 더 하는데 시간당 노동가치는 남성이 더 높다
입력 2018-10-09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