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호황의 역설, 꽁꽁 얼어붙은 신흥국 금융시장

입력 2018-10-09 04:00

글로벌 증시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경기 호황이 원인이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은 미국발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가치 강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더 커지고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달러화 급등 현상이 조만간 완화된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8일 중국 증시는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국경절 연휴가 끝난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보다 3.72% 급락했다. 미국 채권금리 급등세 등 악재가 뒤늦게 반영된 탓이다. 달러당 위안화 기준 환율은 6.8957위안으로 고시된 후 장중 0.5%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그만큼 위안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올랐다는 뜻이다.

코스피지수도 이날 13.69포인트(0.6%) 내린 2253.83에 장을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외국인은 그동안 1조5000억원이 넘는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홍콩,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오른 1132.7원에 거래를 마쳤다(원화 가치 하락).

글로벌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장본인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3일 “미국 경제의 긍정적 여건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시장에선 파월 의장 발언을 통화긴축 정책 지속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1년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를 매일 경신하면서 5일(현지시간) 3.23%에 장을 마쳤다.

미국 경기 호황을 뒷받침하는 경제지표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3.7%로 전월 대비 0.2% 포인트 떨어졌다. 1969년 이후 49년 만의 최저치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일자리 데이터는 강한 경제의 지속성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의 경기 호황, 채권금리 급등에 따라 달러화 가치도 연중 최고치를 향해 내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 강세,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미·중 무역전쟁 등 ‘삼중고’로 신흥국이 더 고달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도 이번 위기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차별화를 보여 오던 미국 채권금리와 달러화 간 동조화가 나타났고 동시에 무역분쟁 격화 이슈까지 불거져 이들 간의 상호작용이 악순환의 고리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달러화 가치 강세, 신흥국 불안, 무역전쟁 이슈가 복합적으로 유입되는 구간에서 원화 가치 약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강(强)달러 기조’가 수그러들면 불안 심리가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가치 강세 이유 중에는 유로화 가치 약세도 있는데 유로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며 “달러화 강세 흐름이 안정되면서 (증시에는) 단기적으로 안도 랠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