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트럼프’ 보우소나루, 대선 1차투표 1위

입력 2018-10-09 04:04
브라질의 유력 대선 주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가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실시된 7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투표소에서 지지자들에게 승리의 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이날 개표 결과 득표율 50%를 넘지 못해 오는 28일 2위 후보와 결선 투표에서 맞서야 하지만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신화뉴시스
페르난두 아다지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와 ‘제2의 룰라’ 페르난두 아다지(사진) 노동자당(PT) 후보가 오는 28일 열리는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보우소나루는 7일(현지시간) 열린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46.7%를 기록해 28.5%를 얻은 아다지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보우소나루의 득표율은 개표 중반 한때 49%까지 치솟았지만 끝내 절반을 넘지 못해 결선 투표에서 결과를 가리게 됐다.

이날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보우소나루 후보의 지지율은 막판까지 고공행진을 벌인 반면 경쟁자인 아다지 후보 지지율은 정체 분위기가 뚜렷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1% 포인트로 벌어졌다.

아다지는 결선 투표에 희망을 걸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군소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지지를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6일 현지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가 보우소나루와 아다지 두 후보의 결선 맞대결 상황을 가정해 벌인 여론조사에선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가 2% 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후에는 보우소나루가 결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보우소나루가 1차 투표에서 당초 예상보다 더 큰 격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3위인 시루 고미스 민주노동당(PDT) 후보가 12.5%를 얻는 데 그치는 등 군소 후보 득표율은 예상보다 낮았다. 정치매체 아메리카스쿼터리의 편집장 브라이언 윈터는 “아다지가 1차 투표에서 드러난 격차를 좁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보우소나루가 4위 후보 득표율(4.9%)의 3분의 2만 가져가도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는 선거기간 내내 여성과 아동,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발언을 쏟아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성과 흑인은 국가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당선되면 내각의 절반을 군인 출신으로 채우겠다고 하는 등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브라질 국민들이 보우소나루를 지지한 것은 전 정권의 부패와 폭력을 몰아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노동자당이 이런 보우소나루의 성향을 공격하는 데 집착한 것이 1차 투표에서 크게 뒤진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학자 로라 카발로는 뉴욕타임스에 “1차 투표에서 인종주의와 여성 혐오에 초점을 맞춘 선거운동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선에서는 보우소나루의 경제정책과 반노동자 성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CNBC방송은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인 두 후보 모두 과거에 대한 향수를 바탕에 두고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고 평가했다. 보우소나루는 1980년대 브라질 군사정권처럼 강력하게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호소했고, 아다지는 노동자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 호황을 불러왔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