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시화된 2차 북·미 정상회담, 1차와는 달라야

입력 2018-10-09 04:01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전망이다. 장소, 시간만 공개되지 않았을 뿐 북·미 양측 모두 정상회담 개최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가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만하다. 7일 있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면담 결과를 전하는 양측의 설명 및 반응 또한 희망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양국 최고 수뇌들 사이의 튼튼한 신뢰에 기초하고 있는 조·미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앞으로도 계속 훌륭히 이어져 나갈 것이다. 조만간 제2차 조·미 수뇌회담과 관련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으로 확신했다”고 밝혔다고 8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가까운 미래에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트윗을 날렸다. 이대로라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6·12 싱가포르 선언을 능가하는 한 단계 이상 진전된 결과물이 나올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북한이 핵 리스트를 제출하고,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종전선언을 하는 게 최상의 결과다. 이를 위해 북한과 미국이 역지사지하며 한발씩 양보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조만간 핵 사찰단의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외신 인터뷰에서 밝힌 ‘리스트 제출을 보류하는 대신 영변 핵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김정은·폼페이오 면담에서 심도 있게 논의됐을 개연성이 있다.

비핵화 국면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문재인 대통령만큼이나 김 위원장 외교 행보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만간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설명 들은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어서 무게가 더하다. 김 위원장이 최우방국 중·러 최고지도자들과 잇따라 회동한다는 것은 비핵화와 관련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게 있다는 의미다. 최종 단계인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러의 협력이 필요하다.

김정은·폼페이오 면담에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명제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이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쐐기를 박는 일만 남았다. 김 위원장이 해체된 풍계리 핵실험장을 확인시키기 위해 사찰단을 초청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분위기도 좋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절호의 기회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를 신뢰하면 비핵화는 가능하다. 어떤 경우든 명분에 얽매여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