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천재 작가 커포티 데뷔 전 글 어땠을까

입력 2018-10-10 04:03

‘내가 그대를 잊으면’(시공사·표지)은 미국의 천재 작가 트루먼 커포티(1924∼1984)의 미발표 유고집이다. 커포티가 쓴 ‘티파니에서 아침을’(1958)은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살인 사건을 수년간 조사해 쓴 ‘인 콜드 블러드’(1966)는 논픽션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20세기 소설의 지형도를 바꿨다”는 찬사를 받았다.

‘내가 그대를 잊으면’에는 커포티가 14∼17세 무렵 완성한 단편 ‘길이 갈라지는 자리’ ‘힐다’ ‘밀 스토어’ 등 14편이 수록돼 있다. 그는 “열한 살 무렵, 나는 진짜로 약간 진지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학교에서 집으로 와 세 시간 동안 글을 썼다. 나는 글쓰기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고백한 적 있다.

수록작 ‘길이 갈라지는 자리’는 궁핍 속에서도 연민을 잃지 않는 두 부랑자의 작별을 그린다. 작품들은 예민한 감수성과 소외된 이들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훗날 화려하게 꽃 필 작가의 ‘발아’ 같은 단편들이다.

스무 살에 데뷔한 커포티는 수백만 독자를 사로잡으면서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고 40대에 백만장자가 되지만 이후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별다른 작품을 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부고에서 “명징하게 빛나는 탁월한 문장으로 전후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명성과 부, 그리고 쾌락을 좇는 데 자신의 시간과 재능, 건강을 탕진했다”고 기록했다.

이 책은 작가가 숨진 뒤 30년이 지난 2014년, 한 출판 편집자와 기자가 뉴욕공립도서관에서 커포티의 유작인 ‘응답받은 기도’의 나머지 부분을 찾던 중 도서관에 보관된 단편들을 발견하면서 우연히 빛을 보게 됐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