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년 집권’과 ‘50년 집권’에 이어 “내가 살아 있는 한 정권을 안 뺏긴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집권 여당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당대표로서의 책임감과 안정적인 국정운영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불필요하게 야당을 자극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야권은 “교만한 언사”라며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방북 중이던 지난 5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북측 정치인들을 만나 “우리가 정권을 뺏기면 또 (남북 국회회담을) 못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 있는 한 절대 (정권을)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경선 때인 지난 7월 “보수적인 사회에서 개혁적인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최소 20년 정도는 집권할 수 있는 계획을 가져야 한다”며 ‘20년 집권론’을 폈다. 이어 지난달 창당 63주년 기념식에선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50년 집권’으로 기간을 더 늘렸다. 이 대표의 평양 발언에 대해 7일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9년간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남북 관계가 후퇴했고, 10·4 선언이 실천되지 못한 것도 정권을 (보수진영에) 뺏겼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국회회담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보수야당의 참여를 독려해야 하는 여당 대표의 태도로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북측은 보수야당의 참여 없이 국회회담이 진행될 경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평양에서 국가보안법 개정도 시사했다. 그는 “종전에서 평화체제로 가려면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법안, 관계법들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보안법이나 남북 간 기본법도 논의해야 하는 등 법률적으로 재검토할 게 많다”고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대표가 평양만 가면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다고 반발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에게는 국가보안법이 눈엣가시일지 모르나 분단 상황과 북한의 위협이 실제로 존재하는 한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집권당 대표답지 못한 속 좁은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고, 노영관 부대변인은 “교만한 언사로 ‘쇼 정치’ 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4 선언 1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남측 방북단에 직접 감사의 뜻을 표하지 못한 데 대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양해를 구했다고 통일부 당국자가 전했다.
심희정 심우삼 기자 simcity@kmib.co.kr
이해찬 “내 생전 정권 안 뺏겨”… 野 “교만한 언사”
입력 2018-10-0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