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뭉치니 무적… 태극낭자들 ‘그린 점령’

입력 2018-10-07 19:00 수정 2018-10-07 22:27
한국팀의 전인지, 유소연, 김인경, 박성현(왼쪽부터)이 7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에서 우승한 뒤 우승트로피 앞에서 크라운(왕관)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원회 제공

세계 유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의 최종 라운드 싱글매치가 펼쳐진 7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6508야드). 14번홀에서 잉글랜드의 브론테 로가 티샷을 하자마자 발로 잔디를 걷어찼다. 로의 직감대로 볼은 그린 뒤쪽 벙커에 빠져 버렸다. 로는 이동하며 애꿎은 드라이버를 바닥에 내리치기도 했다.

로를 상대한 한국의 김인경은 냉정하게 게임을 풀었다. ‘원 온’을 욕심내지 않은 그는 세컨샷으로 볼을 홀컵 가까이에 붙였다. 내내 무표정하던 김인경은 버디 퍼팅한 볼이 홀컵 속으로 사라지자 주먹을 쥐고 크게 포효했다. 줄곧 끌려가던 경기를 2홀차 리드로 바꾸며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김인경과 전인지의 승리, 유소연의 무승부에 힘입어 승점 5점을 추가 확보하며 종합 15점을 기록, 미국·잉글랜드(이상 11점)를 제치고 처음으로 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예선 성적이 좋았던 한국은 김인경과 유소연의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4년 1회 대회에서 공동 3위, 2016년 2회 대회에서 2위에 머문 한을 ‘홈그라운드 우승’으로 푸는 순간이었다.

전날 태풍의 여파로 라운드가 열리지 못하면서 선수들은 이날 오전 3라운드 잔여경기부터 치렀다. 참가국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5승 1패)으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한국이었지만 우승에 대한 부담감으로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유소연은 해저드 가까이에 붙은 볼을 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물웅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박성현은 퍼팅을 실패할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안타까워했다.

분위기를 바꾼 건 팀의 막내 전인지였다. 박인비의 양보로 이번 대회 막차를 탔던 전인지는 스웨덴의 에이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를 맞아 10번홀을 마칠 때까지 4홀을 앞섰다. 후반 노르드크비스트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1홀 차로 승리한 전인지는 예선을 포함해 4전 전승의 성적으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전인지는 “언니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한 샷 한 샷을 내가 아니라 팀 코리아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쳤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대회 우승이 확정된 상태에서 더욱 힘을 냈다. 미국의 강호 렉시 톰슨을 상대한 그는 13번홀을 마칠 때까지 2홀 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14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16번홀에서 파로 잘 막으며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유소연은 “마지막 주자로 나선 만큼 패배하며 끝내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2위 아리야 주타누간(태국)과의 빅매치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쳤지만 아깝게 패했다. 싱글매치에서 한국팀의 유일한 패배였다. 8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리드를 잡았던 박성현은 13번홀에서 동점을 허용했고, 15번홀과 16번홀에서 주타누간보다 1타씩을 더 쳤다. 박성현은 “갤러리의 많은 응원에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비록 나는 졌지만 그 응원의 힘 덕분으로 팀이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