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실업률이 3.7%로 1969년 이후 4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나홀로 순항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통계는 미국 경제의 전력 질주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실업률이 4% 아래면 사실상 완전고용으로 치는데 올해에는 다섯 번이나 4%를 밑돌았다. 미 뉴욕 연방준비제도(Fed) 총재는 인터뷰에서 미 실업률이 더 떨어져 내년에는 3.5%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임금 상승세도 완만해 인플레이션 위험도 낮다. 그래서 보수적인 연준 관계자들 입에서도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Goldilocks) 상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골디락스’는 경제가 너무 과열되지도, 냉각되지도 않고 적절한 온기를 이어가는 이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최강대국 경제가 그나마 순항하는 게 긍정적이지만 한국으로선 기뻐할 수만 없는 게 문제다. 국내 경기가 하강하고 고용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은 긴축 기조를 더욱 가속화하게 됐다. 미국과 여타 경제의 실물경기 및 금융 불균형이 심화될 때 어떤 위기가 발생하는지는 여러 차례 입증됐다.
한국은행은 한·미 간 커지는 금리 격차로 인한 자본유출 위험 등으로 결국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등으로 금융 부실이 발생하고 경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부실 위험을 피하면서도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험을 관리할 균형 잡힌 금융정책이 긴요해졌다.
한국보다 낮아진 미국 실업률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보내는 경고장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등 인위적으로라도 임금 상승을 하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지만 고용대란으로 귀결되고 있다. 소득분배마저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에 미국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법인세 감면 등이 주된 정책이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는 미국 첨단 기업의 경쟁력이 고용 창출에 큰 역할을 했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 실패는 부인할 수 없다. 미국 경제의 활황은 임금 올리는 걸 우선할 게 아니라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 일자리가 늘고 자연히 임금이 오르는 상식을 따라야 함을 보여준다.
[사설] 미 49년 만의 최저 실업률… 일자리는 이렇게 만든다
입력 2018-10-08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