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99%는 남성들, 기소돼도 대부분 벌금형
“촬영·유포·시청 다 범죄” 국민청원 20만명 넘어서
‘몰카’(몰래카메라) 촬영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가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로 옮겨 붙었다. 결별한 연인에게 보복하려고 촬영·유포한 성관계 동영상 문제가 가수 구하라(27)씨의 폭로를 계기로 이슈로 급부상했다. 몰카 범죄와 마찬가지로 피해 여성의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는 반면 가해자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 점이 여성들이 더 분노하는 이유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리벤지 포르노 범죄자들의 강력 처벌’ 청원은 불과 사흘 만인 7일 현재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자는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은 ‘네가 조심했어야지’라는 등의 2차 가해와 공격을 받고 있다”며 촬영 및 유포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전날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5차 ‘편파 판결·불법촬영 규탄 시위’에서 여성 1만5000여명(경찰 추산)은 가해자에 대한 경미한 처벌을 비판했다.
실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2017년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이 7446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 중 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647명(8.7%)으로 10명 중 1명꼴도 안 됐다. 벌금형이 4096명(55.0%)으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도 2068명(27.8%)이나 됐다. 373명(5.0%)은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불법촬영 피고인 중 여성은 전체 1% 수준인 75명으로 피고인 대부분은 남성이다.
음란물 유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더 심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2017년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1680명 중 징역·금고형은 30명으로 1.8%에 불과했다. 벌금형이 924명으로 55.0%에 달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그간 여성을 불법 촬영한 가해자가 실형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사법부의 편파적 판결에 불만을 가져왔던 여성들이 구씨의 사례 역시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결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게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실제로 공개되지 않고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범죄는 징역형보다 벌금형 판결이 많아 법의 실효성 문제로 논란이 불거져 왔다.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자칫 피해자가 잘못을 저질러 보복을 당하고 있는 대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8월 리벤지 포르노 대신 ‘개인 간 성적 영상물’로 바꿔 부를 것을 제안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영상을 찍는 것과 유포하는 것, 해당 영상을 보면서 모욕하는 행위 등 모두가 성폭력의 형태”라며 “피해자가 입는 타격이 매우 큰 만큼 보다 엄격한 처벌기준을 마련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구하라 사건’ 혜화역 시위 재점화… “리벤지 포르노에 징역형을”
입력 2018-10-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