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재판소 조속히 정상화 돼야

입력 2018-10-08 04:01
헌법재판소의 기능 정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각각 김기영·이종석·이영진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인사청문회 이후 국회 표결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이 공석으로 사건 심리를 위한 심판 정족수(7인)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법원과 함께 최고의 사법기관인 헌재는 헌법과 관련된 분쟁을 다루는 특별재판소로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 헌법 질서를 유지하는 헌법재판 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치권력이 헌법의 틀 안에서 작동되도록 하는 수단이다. 더구나 대법원이 사법농단 의혹 사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등 사법부의 권위가 추락한 상황이어서 헌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지난달 퇴임한 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2명의 재판관(이석태, 이은애)만 충원돼 있다. 국회는 지난달 3명의 재판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본회의에 선출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이 추천한 김 후보자는 자녀 초등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 한국당이 추천한 이 후보자는 주택청약예금 가입을 위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이런 문제를 사전에 검증하지 못한 정당들이 국회 표결까지 미루며 헌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8월 말 김기영 후보자를 추천했고,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3일 이영진 후보자를, 한국당은 지난달 10일에야 이종석 후보자를 추천했다. 늦장 추천에 늦장 표결이다. 그만큼 국회의 사법 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헌법 수호와 국민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재 본연의 역할은 물론 심판 기능과 주요 행정 기능이 전면 마비돼 있다.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는 전원재판부는 정족수 미달로 인해 심판 기능(평의, 변론, 선고)이 중단됐다. 헌법소원 심판에 대한 부적법 여부를 사전 심사하는 지정재판부도 재판관 3명씩 3개로 운영돼야 하는데, 현재 6명의 재판관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사건 배당, 헌법연구관 임면 등을 의결하는 재판관회의도 7명 이상의 출석으로 가동되는데, 정족수에서 1명이 모자라 기능이 정지돼 있다. 헌재 공백으로 낙태죄 위헌 여부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심리가 차질을 빚고 있다. 헌재 기능 정지는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뒤흔드는 일이다. 유남석 신임 헌재 소장도 “하루속히 헌재가 본연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국회 표결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고 있다. 헌재 정상화를 위해 국회는 조속히 표결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