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소리에 귀 기울여 행동했을 뿐…”

입력 2018-10-08 00:00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루공항에 강진이 발생하기 직전 여객기를 극적으로 이륙시킨 리코스타 마펠라 기장. 리코스타 마펠라 인스타그램 캡처
마펠라 기장이 인스타그램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올린 동영상을 캡처한 것. 그는 "성령의 목소리에 이끌려 출발을 서둘렀다"고 고백했다. 리코스타 마펠라 인스타그램 캡처
인도네시아 여객기 기장이 예정된 비행 스케줄을 앞당겨 여객기를 이륙시켜 강진의 재앙으로부터 140여명의 승객을 구했다. 30초만 늦었더라면 비행기가 뜰 수 없었던 위급한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인 기장은 성령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바틱 항공사의 리코스타 마펠라 기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술라웨시섬 팔루 공항에서 강진이 발생하기 직전 6231편 여객기를 이륙시켰다.

마펠라 기장은 출발 시간을 3분 단축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오후 5시55분 출발 예정이었는데 오후 5시52분 문을 닫은 직후 속도를 올려 오후 6시2분 이륙을 완료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여객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동안 기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지만 활주로 사정이 나쁜 것으로 여겼다. 목적지인 남(南)술라웨시주 마카사르 공항에 착륙한 뒤에야 규모 7.4∼7.7의 강진이 오후 6시2분 팔루 공항을 강타한 사실을 알게 됐다.

마펠라 기장은 인스타그램에서 성령의 목소리에 따라 행동했다고 전했다. 그는 “팔루 공항 착륙 직후 일찍 떠나라고 말하는 성령의 목소리를 들었다”면서 “그 목소리에 이끌려 출발을 서둘렀다. 30초만 늦었어도 공항을 뜨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기독교 전문매체 갓리포츠닷컴 등에 따르면 마펠라 기장은 지난달 30일 자카르타의 교회에서 사고 당일 상황을 상세히 간증했다. 기장의 간증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팔루 공항에 착륙하기 전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성령의 목소리를 들었다. 실제 너비 5㎞, 길이 18㎞의 좁은 협만 안쪽에 있는 팔루 지역엔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여객기가 착륙하자마자 그는 공항을 서둘러 떠나기 위해 갖가지 조치를 취했다. 승무원들에겐 20분만 쉴 것을 지시했고 자신은 조종석을 떠나지 않았다. 관제탑에는 스케줄을 최대한 당겨 3분 먼저 출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관제탑의 허락이 떨어지고 문이 닫히자 기장은 비행기 속도를 황급히 올렸다. 부기장이 해야 할 절차를 위반하면서까지 서두른 것이다. 부기장은 기장의 행동에 놀라 소리쳤지만 기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마펠라 기장은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절대 동요하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하나님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고 간증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