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는 향후 평화도시 인천의 역할을 한층 더 부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일찌감치 남북 교류 확대를 예견하고 준비해온 국립인천대학교의 ‘남북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리더들의 역할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대는 일찌감치 한반도 평화시대를 예감하고 이를 대비해 왔다. 아울러 그동안 진행해왔던 중국과의 지속적인 교류 협력을 활용해 통일시대의 남-북-중 관계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 분교를 잇달아 설립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다. 북한 및 중국과 밀접한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남-북-중 교류협력의 선도적 역할을 인천에서부터 일궈나가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남북화해의 시대인데도 판문점에 와서 보니까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마네킹처럼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남북한 양쪽의 군인들을 보며 자책감이 일었습니다.”
지난 8월 19일 군부대의 초청으로 판문점을 견학한 인천대 이갑영 교수(동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원장 겸 남북아카데미 원장)는 8일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있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원장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동행한 인천대 남북아카데미 총원우회 회원들은 2011년부터 통일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해온 이들이다. 기업인, 시민단체 관계자, 공무원, 언론인 등 매년 50여명이 인천대 남북아카데미에서 통일시대 이후를 대비해왔다. 인천대 남북아카데미에서 함께 고민한 오피니언 리더들은 모두 790명에 달한다. 인천대의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강원도 춘천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강원대, 동국대 등에서도 비슷한 아카데미 신설을 모색하고 있다.
2년째 남북아카데미 총원우회를 이끌고 있는 석촌도자기 조경주(63) 사장은 개성공단에 120억원을 투자하고 북한 근로자 335명을 고용해 2009년부터 2016년 2월까지 연 600만개의 생활도자기를 생산한 인물이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인천대 남북아카데미에는 조 사장 외에도 개성공단에서 기업을 운영했던 경영자가 7∼8명 참여하고 있다.
남북아카데미의 고민은 남북 간의 문제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이갑영 원장은 중국 옌볜대 조선반도연구소와 협력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한반도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 찾아보는 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인천대는 옌볜(延邊)대 훈춘(琿春)캠퍼스에 단과대학 국제합작 사업을 위해 지난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이갑영 원장 일행을 중국에 파견했다. 이곳에 글로벌경제학과와 환경지리학과, 정보기술학과, 한국어학과를 설치해 장기적으로 북한과의 교류 근거지로 삼겠다는 것이다. 평양∼중국 옌볜∼인천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옌볜대는 북한 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오는 곳이다. 중국 내에서 북한 개방에 대비해 가장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는 대학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갑영 원장은 오는 12일 북한 측도 참가하는 옌볜대 두만강포럼에 참가한 뒤 12월초 옌볜대에서 ‘일대일로와 한반도’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12월 열리는 국제학술회의는 인천대 중국학술원과 중국사회과학원, 옌볜대 조선반도연구센터, 북한 조선사회과학원이 참가하는 첫 학술회의다.
인천대는 앞서 지난 8월 14일 웨이하이(威海) 남해신구 관리위원회를 방문해 웨이하이 과학혁신타운(科創城)에 입주할 인천대 합작연구원의 운영 청사진을 최종 합의했다. 웨이하이 남해신구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아래 인천대의 연구 인력이 투입될 합작연구원은 한·중 FTA 지방경제협력 시범지구인 인천과 웨이하이의 산업정책을 연구하고 한·중 양국 기업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 원장은 “인천대와 웨이하이 남해신구가 합작연구원을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위한 플랫폼으로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웨이하이 남해신구 관리위원회 유걸 부주임은 “인천대를 중국 내 모든 한국인의 거점으로 성장시켜 양국 교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합작연구원은 중국 웨이하이 소재 한국 기업을 위한 컨설팅 및 교육 서비스 제공, 한국 기업의 웨이하이 투자를 위한 지원 플랫폼 기능 수행, 양국 기업교류 포럼 개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인천대 관계자는 “연구·교육 기관인 대학의 이점을 살려 중국 지방정부와 현지 대학 간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중국의 국가발전 및 산업정책을 연구해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고, 우수한 인재 공급 등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작연구원은 웨이하이 소재 중려대학과 협력해 한·중 양국 기업을 위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힘을 보태게 된다. 중려대학은 최근 “인천대학교 조동성 총장과 중국학술원 이갑영 원장을 각각 대외교류고문과 객좌교수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 유학생 유치·한류 전파…中 3곳·베트남 1곳에 한국어학당 분교 개설
국립인천대학교는 중국과 베트남에 분교 설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중국 3곳과 베트남 1곳에는 분교가 개설돼 있다.
인천대는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국립농업대학교에 한국어학당 제4호 분교를 설치했다. 베트남국립농업대학교는 1956년 종합대학으로 출범해 현재는 약 3만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하노이의 대표 종합대학교다.
인천대의 한국어학당 해외분교는 한국으로의 유학을 준비 중인 현지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한국어 교육과정과 학습시스템을 제공해준다. 인천대 조동성 총장은 “베트남의 제4호 한국어학당 분교 현판식에 이어 올해 안으로 분교 3곳이 더 설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인천으로 유학을 희망하는 유학생들에게 한국어학당은 우수 유학생 유치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총장은 “분교에서 제공하는 최고의 교육을 받은 중국과 베트남의 인재들이 인천대 유학을 통해 꿈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교 형태의 전문 한국어학당 설립은 국내에서 인천대가 최초다. 인천대는 지난 8월 15일 중국 웨이하이시에 소재의 산동알루미늄대학에 한국어학당 제1호 분교를 설치한 데 이어 다롄 동방외국어학원에 제2호 분교를 설치했다.
인천대는 한국어학당 분교 설립을 희망하는 현지 대학 및 어학원 등과 제휴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10여개의 새로운 분교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50개 이상의 분교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인천대 한국어학당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분교는 갈수록 줄어드는 국내 학령인구에 대비해 해외에서 예비 유학생을 발굴한 뒤 양질의 한국어 교육을 미리 진행해 국내 학부과정에 우수한 유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한 것이다. 인천대는 또 한국어학당 분교 설립뿐만 아니라 해외 대학들과 함께 ‘한국언어문화아카데미’를 설립할 방침이다. 한국어 외에도 뷰티와 패션·예술·영상 등 문화 한류를 보급시키는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이제는 지방시대-인천대] 평화시대 예감한 인천대… 통일한국 밑그림 그린다
입력 2018-10-0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