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일부 풀어라" ICJ 판결 반발, 미 "이란과 친선조약 파기"

입력 2018-10-05 04:00
미국이 1955년 이란과 체결한 ‘미·이란 친선, 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을 파기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이란은 이 조약을 근거로 미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바 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피해보려는 시도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ICJ를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오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ICJ가 제재와 관련된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ICJ는 “미국은 의약품, 의료장비, 식료품, 농산품, 안전한 민간비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교체부품을 이란으로 수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지난 7월 이란이 일방적이고 불법적으로 자국을 제재했다며 미국을 제소한 것에 대해 이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국은 ICJ 판결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외교 사절단 파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빈조약도 탈퇴할 계획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과 팔레스타인이 미국을 제소하는 데 있어 ‘외교 관계에 관한 빈조약 수정안’이 사용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판결이 구속력은 있지만 강제력이 없어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무시되어 왔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란은 ICJ의 이번 판결을 반겼다. 이란 테헤란타임스는 논평에서 “미국의 이란 제재가 부당하다는 판결은 미국이 잘못된 극단적 선택 때문에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의) 시민들에게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잘못된 버릇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파기된 조약은 미국과 친미성향의 이란 팔레비 왕조가 맺은 것이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미국이 이미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거의 단절한 상황에서 조약 철회가 실제 어떤 효과를 낼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압박정책에 힘을 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