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칭찬과 한은 총재의 질타, 기업은 새겨들어야

입력 2018-10-05 04:04
일자리는 민간 영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그렇게 말했고 경제정책을 다루는 이들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공무원 증원과 공공 일자리에 예산을 쏟아부은 것은 궁여지책이었다. 민간 일자리 창출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우니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내년 예산안도 민간 일자리 지원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민간 영역,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으면 일자리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상이한 목소리가 4일 나란히 불거져 나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업 투자가 미흡하다”며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서 “직접 고용 2000명, 협력업체 파급효과 3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이런 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를 질타한 이 총재와 그것을 칭찬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다르면서 같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결국 기업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경제동향간담회 발언에서 주목할 대목은 ‘미래 투자’였다. 그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투자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고 그만큼 투자도 활발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대기업을 겨냥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막대한 재원을 쌓아놓고 투자에 소극적인 까닭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굴지의 기업들은 얼마 전 모두 수십조원의 투자계획을 차례로 발표했다. 하나같이 “몇 조원을 투자한다”고 액수를 강조했을 뿐 “어디에 주력하겠다”며 투자처를 부각시킨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통적 제조업은 침체의 수렁에 빠지고 미래 먹거리 신산업은 아직 불투명한 과도기에 우리 기업은 방황하고 있다. 정부가 길잡이 역할을 자처하며 규제혁신에 나섰지만 1년 넘게 지지부진한 현실이 한국 경제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더 과감해지고 기업은 더 용감해져야 이 총재가 지적한 미래 투자의 걸림돌을 치울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세 가지를 당부했다. 정부는 기업의 서포터가 되고, 규제혁신을 가속화하고, 상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말이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업은 새겨들어야 한다.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우리 대기업은 정책을 탓하며 안주했다간 웃음거리가 될 만큼 글로벌해졌다. 한국 경제는 불황이나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미지의 영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런 때 투자하지 못하는 기업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