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핵심 보건의료정책인 치매국가책임제가 겉돌고 있다. 제도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전체 치매 노인 10명 가운데 3명 정도만이 전국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돼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 가운데 전북의 등록률은 70%를 넘어 최고를 기록한 반면 서울은 10%대로 가장 낮았다. 지역별 편차로 인해 자칫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256개 시·군·구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65세 이상 치매 노인은 23만2807명이었다. 중앙치매센터가 2012년 치매 유병률 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지난해 전국 치매 추정 노인 수(72만4734명)의 32.1% 수준이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등록률 50% 이상은 전북(74.8%)이 유일했다. 전남(49.7%) 충남(47.7%) 울산(46.4%) 경남(46.2%) 제주(39.4%) 경북(36.2%) 강원(35.2%) 인천(34.9%) 광주(32.6%) 대전(32.4%) 충북(30.9%) 대구(24.1%) 세종(23.7%) 경기(22.3%) 순이었다. 서울(14.2%)과 부산(17.7%)은 10%대에 머물렀다.
시·군·구별 등록률에서 서울은 25개구 가운데 22곳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부산도 16개구 모두 평균 등록률 아래였다. 등록률 상위 10개 시·군·구의 대부분은 지방·소도시이고 하위 10곳은 대부분 수도권·대도시였다. 등록률 상위 5개 시·군·구는 모두 전북(전주시, 진안·부안·고창·완주군)에 위치했다. 등록률 1위는 전북 진안군(117.5%)이었다. 등록률 하위 5곳 가운데 4곳(강남·강북·송파·강동구)이 서울에 위치했다. 서울 강남구는 3.5%의 등록률로 꼴찌였다.
지역별로 등록률 편차가 큰 것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수도권과 대도시의 경우 비싼 비용 탓에 센터가 들어갈 공간과 인력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 ‘정식 개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자치단체장의 관심도 한몫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말 기준 256개 시·군·구 가운데 공간과 인력 기준을 모두 맞춰 정식 개소한 치매안심센터는 58곳(22.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부분 개소했거나 기존 보건소 치매지원센터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자체 운영해 온 치매통합관리시스템 등록 환자를 새로 구축된 치매안심센터 전산시스템(안시스)에 이관하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점도 등록률이 저조한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등 민감한 내용이 들어있어 등록 환자 이관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내년에 서브 증설 등 시스템 고도화를 하면 등록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전국 치매 노인과 그 가족이 고루 치매국가책임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장이 인프라 구축과 센터 이용 독려에 더욱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민의 치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9월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하고 전국 256개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 설립에 들어갔다. 기존 보건소의 치매 상담 및 선별검사 기능을 넘어 정밀진단과 치매 예방 및 인지강화 교육, 치매가족 쉼터 운영 등을 통해 지역 치매 관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도시와 시골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국에 똑같은 형태의 치매안심센터를 한꺼번에 개소하려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인구 특성과 주변 의료기관 접근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단독] 겉도는 치매국가책임제, 치매노인 10명 중 3명만 안심센터 등록
입력 2018-10-0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