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박나래가 대세가 된 이유

입력 2018-10-08 04:00
2018년 방송가의 중심에 개그우먼 박나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그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열린 ‘나 혼자 산다’ 5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한 박나래. 뉴시스

2006년 방송 데뷔 오랫동안 무명, 2015년 ‘코미디 빅리그’서 ‘인간 복사기’ 패러디 스타 발돋움
각종 프로그램서 재치 있는 입담 뽐내며 시청자 사랑 독차지
한국방송대상 코미디언상 등 수상 ‘나 혼자 산다’ ‘짠내투어’ 등 출연, 여성 예능인 세대교체 이끌어


개그우먼 박나래(33)가 지난해 12월 펴낸 에세이 ‘웰컴 나래바’(싱긋) 책날개에는 박나래가 키워드 20여개로 자신을 소개한 내용이 기다랗게 적혀 있다. 책날개엔 ‘목포’ ‘전갈자리’ ‘소띠’ 같은 단어와 함께 다음과 같은 짤막한 문구들이 등장한다. ‘분장 개그 끝판왕’ ‘19금 병맛 토크 위너’ ‘방송보다 실물’ ‘알코올 여제’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유머러스한 글인데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비호감에서 호감으로’일 것이다. 그의 소개처럼 박나래는 데뷔 이후 오랫동안 비호감 이미지가 강한 연예인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재치 있는 입담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 최고의 여성 방송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현재 박나래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한두 개가 아니다. 최고의 화제성을 보이고 있는 ‘나 혼자 산다’(MBC)를 필두로 ‘짠내투어’ ‘코미디 빅리그’ ‘풀 뜯어먹는 소리’ ‘놀라운 토요일’(이상 tvN), ‘연애의 맛’(TV조선), ‘비디오스타’(MBC에브리원)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박나래의 인기는 다양한 지표나 수상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매달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그맨 브랜드 평판 순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달 조사에서 박나래는 ‘국민 MC’ 유재석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말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7년을 빛낸 개그맨’ 조사에서도 박나래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유재석 강호동에 이어 3위에 랭크됐는데, 10위권에 든 코미디언 가운데 여성은 박나래밖에 없었다.

각종 시상식에서도 박나래는 단골손님이 됐다.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열린 한국PD대상에서 코미디언 부문 출연자상을 거머쥐었다. 지난달엔 한국방송대상에서 코미디언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박나래의 어떤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걸까. 박나래가 방송가에 첫발을 내디딘 건 KBS 코미디언 공채에 합격한 2006년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는 무명의 연기자였다. 2011년 ‘개그콘서트’(KBS2)에서 ‘패션 No.5’라는 코너를 통해 반짝 인기를 끈 게 전부였다. 하지만 2015년 ‘코미디 빅리그’에서 마동석 오혁 통아저씨 등의 겉모습을 ‘인간 복사기’ 수준으로 패러디해 화제가 되면서 스타로 발돋움했다. 박나래는 그해 ‘라디오스타’(MBC) 등에 출연해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끈한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박나래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그의 방송 스타일이다. 박나래는 남을 깎아내리는 식의 ‘불편한’ 개그를 선보이지 않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박나래는 망가지는 걸 주저하지 않으면서 항상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며 “다양한 방송에서 동료나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호감도가 상승한 이유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방송인 세대교체 흐름의 중심에 박나래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 세대의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것 같다”며 “여성 예능인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박나래는 앞으로도 계속 방송가의 블루칩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