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임성수] 與野 입으로는 “협치”… 당리당략에 매여 ‘대치’

입력 2018-10-04 04:03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왼쪽부터)가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4350주년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윤성호 기자
여야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정보 유출 의혹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여부로 치고받았던 지난 1일. 국회 한 쪽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가 ‘초월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앉았다. 초월회는 ‘국국의의(國國議議)’ ‘나라다운 나라는 국회가 국회다울 때 가능하다’고 밝힌 문 의장이 여야 협치를 위해 만든 모임이다.

이 자리에서는 남북 국회회담 추진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여야 대치’로 돌아갔다. 문 의장과 이해찬 정동영 손학규 대표 등 ‘정치를 알 만큼 안다’는 이들이지만 사생결단식 여야 대치 앞에서 올드보이의 경륜이 발휘될 자리는 없었다. 3일에도 여당은 심 의원에 대해 ‘국가 기밀자료’ 유출이라고 비난하고, 한국당은 ‘야당에 대한 폭압’이라고 맞서는 등 갈등은 악화일로 상태다.

여야 정치인들이 20대 국회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가 협치다. 하지만 이 협치만큼 말의 값어치가 추락한 공허한 단어도 없을 것이다. 여당과 한국당 모두 입으로는 협치를 외치지만 “나는 싸울 테니, 너는 협치해라”는 식으로 상대를 대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부터 그런 태도다. 야당과 대화해야 할 여당 원내 지도부마저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심 의원에게 “도둑이 몽둥이 들고 나댄다”고 비난할 만큼 날이 서 있다.

반대 여론이 높은 유 부총리에 대한 ‘주례사’ 논평은 말문이 막힐 정도다. “유 부총리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특유의 성실함과 차분함으로 의혹을 해소했고, 장관직 수행에 문제가 없음이 밝혀졌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이런 낯 뜨거운 감싸기로 야당을 약올려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당은 4일 유 부총리가 출석하는 대정부 질문에서 보자며 벼르고 있다.

제1야당이라는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국민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은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해서도 무조건 반대 외에는 다른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외쳤던 박근혜정권과 보조를 맞추며 한때 ‘통일을 여는 국회의원 모임’까지 만들었던 정당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촌극도 한국당 책임이 크다. 한국당은 여당 추천 몫인 김기영 후보자 가족이 세 차례 위장전입을 한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추천한 이종석 후보자는 다섯 차례나 위장전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여야가 20대 국회 시작부터 협치 합창을 한 것은 그렇게 해야만 국회가 굴러갈 수 있는 여소야대, 다당제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강조하는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나 각종 민생법안은 한국당 동의 없이 통과시킬 수 없다. 한국당도 다른 경쟁 야당이 있기 때문에 막무가내 반대와 발목잡기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여야가 사실상 입법 성과를 낼 수 있는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다. 여야가 남은 정기국회 기간만이라도 실종된 협치 찾기에 나섰으면 한다.

임성수 정치부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