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이 받는 최고 중징계 ‘정직’… 그나마 최장 1년으로 제한
사법처리돼도 징계 전 사표내면 의원면직 처리… 변호사 개업 가능
법관징계위 과반수가 현직 법관… 제 식구 감싸기 못 벗어나는 구조
뺑소니나 ‘지하철 몰카’ 등 낯부끄러운 범죄로 벌금 수백만원을 낸 판사들이 법원 내부에서는 대부분 ‘감봉’ 이하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을 낸 경우도 ‘서면경고’에 그쳤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 과정에서 비판을 받았던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실태가 징계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법관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범죄 행위로 사법처리된 법관은 11명이며 비위 행위로 징계받은 법관은 14명이다. 징계 수준은 대부분 감봉 또는 견책(서면경고)이었다.
인천지법 A부장판사는 2016년 11월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연쇄 추돌사고를 낸 뒤 뺑소니했다. 피해 차량 2대에 있던 5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58%였다고 한다. A부장판사에게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으나 법원은 감봉 4개월의 처분만 내렸다.
지난해 7월 ‘지하철 몰카 판사’로 논란이 됐던 서울동부지법 B판사는 약식기소돼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B판사에게 내려진 징계도 감봉 4개월이었다. 2016년 8월 성매매 사실이 드러나 형사입건됐던 의정부지법 소속 C부장판사는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음주운전으로 2013년 벌금 300만원, 2014년 벌금 400만원을 각각 선고받은 판사 두 명에게는 서면경고 처분만 내려졌다.
그나마 세간의 눈길을 끌었던 사건의 장본인 3명만 ‘정직’ 처분을 받았다. ‘명동 사채왕’에게서 뇌물 2억7000여만원을 받은 최민호 전 판사,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3억3000여만원의 뒷돈을 받은 김수천 전 부장판사가 각각 정직 1년이었다. 나머지 1건은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경우다. 그는 2014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1심 판결을 비판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김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 “‘윗선’에 밉보여 과도한 징계를 받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징계처분을 받기 전 사표를 제출한 법관들도 있다. 사법처리된 판사 11명 중 3명이 의원면직됐다. 술집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당시 수원지법 D부장판사, 여후배를 강제추행해 벌금 700만원이 선고된 당시 울산지법 E판사 등이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해 3월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가 변호사로 등록했다.
현행 법관징계법상 판사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정직·감봉·견책(서면경고) 처분뿐이다. 정직이 최고 수위의 징계다. 그 기간도 최장 1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헌법에는 ‘금고 이상의 형이나 탄핵에 의하지 않고는 법관을 파면할 수 없다’고 돼있다. 내부 징계 과정을 통해 파면 또는 해임될 수 있는 일반 공무원과 다르다. 이는 외부 압력을 최소화해 법관에게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금 의원은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법관징계법을 방패삼아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법관징계위원회의 구성도 ‘봐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7인의 구성원 중 4명이 법관이다. 금 의원은 지난 2월 법관징계위의 과반수를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는 법관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단독] 음주운전 뺑소니도, 지하철 몰카도 ‘감봉 4개월’… 어이없는 판사 징계
입력 2018-10-03 18:12 수정 2018-10-03 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