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교수 갑질 등 대학생들의 권리침해 사건 처리 등을 담당하는 대학 인권센터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 학교는 인권센터가 없었고, 운영 중인 곳도 인력과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주요 대학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인권센터를 둔 대학은 20여개로 추산된다. 지난해 1월 12곳에서 조금 늘었다. 박종화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학교에 인권센터가 따로 없고 상담센터만 있다”며 “‘하일지 교수 성추행 의혹 사건’ 당시 피해자는 상담센터에서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계류 중이다.
그나마 인권센터를 운영 중인 곳에서도 학생들의 불만은 많다. 이화여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은 지난 1일 공동성명을 내고 학내 인권센터의 독립과 개혁을 요구했다. 이들은 “학교 구성원의 목소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폭력의 위험에 놓일 것”이라며 “인권센터는 학교 본부와 교수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빨리 인권센터 설치규정을 만들어 활동해온 서울대조차 학생참여는 배제됐다.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도 학교의 핵심 주체로서 심의위원회나 징계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참여가 가능한 곳은 극히 일부다. 중앙대 인권센터는 성폭력 대책위원회에 학생 대표 2명을 넣도록 지난 8월 인권센터 규정을 고쳤다. 인권센터장인 김경희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이 사건 당사자일 경우 직접 대책위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규정을 바꿨다”고 밝혔다.
인권센터 인력과 예산 역시 부족하다. 대부분의 학교가 전문인력 2∼3명, 행정담당 인력 1∼2명으로 센터를 구성해 학생 인권을 전담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법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인권센터의 구성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경희 교수는 “성폭력 사건은 특성상 정황적 증거일 때가 많은데, 법은 주로 물리적 증거를 요구해 혐의 인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법원을 가면 되지 학교에서 인권센터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교수 갑질 많은데… 대학 인권센터 없거나 부실하거나
입력 2018-10-03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