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USB’서 삭제 흔적 발견

입력 2018-10-03 04:00
사진=뉴시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서 제출받은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재직 당시 작성된 파일 일부가 지워진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복구해 세부 내용을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보한 USB에 수사의 단서가 될 유의미한 자료는 없는 상황이어서 압수수색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양 전 대법원장에게서 제출받은 USB 2개에서 재직 당시 작성된 파일이 지워진 흔적을 발견해 이를 복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문건의 내용과 삭제된 시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자택에서 자체 장비를 통해 USB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삭제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압수한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USB와 PC 하드디스크에 대한 분석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과 대응방향 등을 기록한 문건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압수물에서 수사 관련 유의미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USB의 삭제된 자료가 복구돼도 당장 수사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난 다음 압수수색이 이뤄져 실효성에 대한 기대가 사실 크진 않다”고 말했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자택 압수수색을 불허하는 등 압수수색 범위를 제한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으로 인해 오히려 주거지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자택에서 문건이 담긴 USB가 나온 만큼 “주거지에 ‘재판거래’ 의혹 문건이 있을 개연성이 없다”는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정다주 판사(전 행정처 심의관) 등 5명을 노조 사찰과 탄압 혐의(직권남용·업무방해)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법원노조는 “‘양승태 행정처’의 법원노조에 대한 사찰과 와해공작 정황이 지난 7월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추가 공개한 문건에 포함됐다”며 “자체 진상조사 결과 법원노조 현황과 집행부 성향에 대한 계속적인 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판사는 2016년 서울중앙지법 근무 당시 작성한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 문건을 통해 노조 간부 A씨에 대해 “상당히 공격적” “돌발 행동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문건에는 법원노조를 전국공무원노조에서 탈퇴시키기 위해 ‘전공노 법원본부 명의 활동 금지’ ‘휴직 없는 노조전임자 활동 금지’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 등 방안을 적극 집행해야 한다는 대응 계획도 담겼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