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교육개혁 적임자”…野 “1년 관리자에 백년대계 맡겨”

입력 2018-10-03 04:00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앞줄 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유 장관의 시어머니 정종석씨(가운데)와 함께 환담장으로 가고 있다. 유 부총리는 자신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시어머니가 큰 도움을 줬기 때문에 임명식에 같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유 부총리가 교육 관료 카르텔의 밀실 행정을 타파하고 학부모·학생과의 소통을 통해 교육 개혁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1년 뒤 총선에 나올 사람에게 백년대계 교육을 맡겨선 안 된다”는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정국이 급경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유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우리 국민 누구나 교육 전문가이지만 개혁의 방향은 다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교사를 비롯한 교육 전문가의 생각과 학부모·학생들의 생각이 아주 다르다. 그런 게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으면서 유 부총리는 헌정 사상 첫 여성 부총리이자 최연소 부총리 타이틀을 갖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행정부 최고위직 여성 공무원이 된 만큼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공론조사마저 무위로 끝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비롯해 지난 1년 공회전한 교육 정책을 정립, 개혁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짊어지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유 부총리의 생일이었다.

청와대가 김상곤 전 부총리 대신 유 부총리를 선택한 것은 교육 개혁을 위한 소통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1년 교육 관료·전문가 주도의 개혁 작업이 일관성 없이 추진되면서 국민적 공분만 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개혁에 저항하는 엘리트 관료 카르텔을 깨기 위한 충격요법 성격도 갖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부총리는 교육 관료들의 공고한 카르텔을 탈피해 낮은 자세로 유연하게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전문성이 입증된 만큼 현안을 조율하고 수행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도 유 부총리에게 “대체로 우리 교육 정책 공약이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인데, 현장에서 학부모·학생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전문가 견해와 현장의 눈높이를 잘 조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경제부총리에 비해 사회부총리는 역할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포용국가 이행 방안을 모색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데 대해 “좀 유감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며 “그러나 나는 유 부총리가 아주 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공립 유치원 확대, 유아∼초등교육 완전 국가책임제, 고교 무상교육 도입을 주문했다.

청와대는 야권의 반발도 일부의 목소리라고 일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국민 여론이라 보기 어렵다”며 “야당의 반대 여론이 (국민의) 절대다수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인사를 맹렬히 비판했던 민주당 정부가 ‘발목잡는 야당’ 프레임을 강조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 부총리 임명 강행으로 국정감사와 정부 예산안 처리,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야권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청와대가 보수 야당에 한해 정무적 해결 노력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