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회부의장과 경제부총리의 40분 ‘고성’ 난타전

입력 2018-10-02 17:54 수정 2018-10-02 22:08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일 국회에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두 사람은 심 의원의 비인가 재정정보 유출 건을 놓고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도 고성과 야유를 퍼부으며 충돌했다. 윤성호 기자, 뉴시스
예산정보 무단 유출 논란의 대척점에 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40분 동안 격한 설전을 벌였다. 심 의원과 김 부총리는 서로를 각각 무고와 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한 상태다. 두 사람은 평소 차분했던 말투와 달리 작정한 듯 언성을 높였고, 여야 의원들도 두 사람의 말싸움에 호응해 고성과 야유를 쏟아내면서 본회의장은 검투 경기장을 방불케 했다.

심 의원은 당초 대정부 질문 질의자가 아니었지만 최근 예산정보 유출 문제가 정치권 쟁점이 되자 같은 당 최교일 의원 대신 다섯 번째 질의자로 나섰다. 그는 질의 때 자신이 직접 사무실 컴퓨터로 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는 과정을 시연하는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러면서 “제 보좌진은 해킹 등 전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100% 정상적으로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고 강조했다. 또 “시스템이 뻥 뚫려 있었다. 데이터가 있고 열려 있으니 접속한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정보 관리가 굉장히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부총리는 “그 루트를 찾아가는 데 적어도 여섯 번의 경로를 거쳐야 하고, (파일에)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떠 있는데 무시하고 들어갔다. 감사관실 공직자가 아니라면 들어가지 말아야 했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 보좌진에 대해서도 “과거 5년간 올랩(OLAP·재정분석시스템)에 20회 접속했는데, 올해는 7월부터 140회나 (집중적으로) 접속했으며 그중 비정상 접속이 70회”라면서 “190여회에 걸쳐 재정정보 100만건 이상을 다운로드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수차례 “불법 자료를 반납해 달라”고 촉구했다.

심 의원은 청와대 직원들이 지난해 8월 을지훈련 기간과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마지막 참배일(지난해 11월 20일) 등 주요 재난 발생일에 업무추진비를 술집에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사용 내용을 안 보고 단순히 상호와 시기만 놓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인가 정보를 공개해 국민을 오해하게 하는 건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심 의원이 문제 삼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일일이 공개하며 “정당한 지출에 대한 추측성 호도”라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중앙행정기관 52곳의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감사해 불법이 나오면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거듭 청와대 및 각 부처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을 제기하자 김 부총리는 “의원님도 국회 보직(부의장)을 맡았을 때 업무추진비를 쓰셨다”, “의원님이 해외 출장 중에 쓴 유류비도 같은 기준이다” 등으로 역공하기도 했다. 기재부가 심 의원의 예산 사용 내역을 이미 다 파악해 뒀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러자 심 의원은 “조용히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심 의원이 신규 택지 정보 유출 혐의를 받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구색 맞추기로 수사하는 척만 한 것”이라고 비판하자 김 부총리는 “사법 당국에 대한 심각한 모욕의 우려가 있는 말씀”이라고 맞받았다.

김 부총리가 심 의원 주장에 반박할 때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 정권 대변인이냐”, “당신이 판사야?” 등의 야유를 보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심 의원에게 “검찰 가서 얘기하세요”, “거짓말”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