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인기상품’으로 상장지수증권(ETN)이 꼽히고 있다. 증시가 횡보할 때도 수익이 나는 ‘양매도 ETN’을 설계한 한국투자증권 차장급 직원이 올해 상반기 성과급으로 22억여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양매도 ETN은 증시가 급격하게 변동할 경우 주가지수가 상승해도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ETN은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상장지수펀드(ETF)와 유사하다. 주식, 채권, 원자재 등의 상품을 담고 해당 상품의 등락률을 추종한다. ETF와 마찬가지로 증시에 상장돼 손쉽게 사고팔 수 있다. 국내 초우량주 30개 종목에 투자하는 ‘KTOP30 ETN’처럼 분산 투자도 가능하다. 여러 종류의 과일을 모아서 파는 과일바구니와 같은 개념인 셈이다.
ETF에 비해 ETN은 운용 요건이 자유로운 편이다. 예를 들어 ETF는 최소 10개 종목 이상의 상품을 담아야 하는 반면 ETN은 5개 종목 이상만 담으면 된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옵션 전략을 구사하는 ETN을 출시해 ETF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양매도 ETN’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은 지표가치총액(시가총액)이 지난 3월 말 3527억원에서 지난달 말 1조485억원으로 불어났다. KEB하나은행이 신탁 판매에 양매도 ETN을 편입하면서 급격하게 몸집이 커졌다.
우리은행도 판매에 가세했고, 다른 시중은행도 양매도 ETN 판매를 검토 중이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87%다. 이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ETN 출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상장한 ‘신한 코스피 콘도르 4/10% ETN’도 양매도 전략을 구사한다.
양매도 ETN은 증시가 횡보할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일반 고객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옵션 전략을 적용해 수익을 낸다. 콜옵션(주식을 살 권리)과 풋옵션(주식을 팔 권리)을 동시에 행사해 증시가 오르거나 내릴 때 수익을 낸다.
다만 ‘양매도 5% ETN’의 경우 증시가 매월 -5∼5% 구간에서 움직여야 수익이 난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발생한다. 양매도 ETN의 경우 매월 옵션 전략을 새로 짜기 때문에 전월 손실이 ‘리셋’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수가 하락해도 하락한 지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손실이 계속 누적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양매도 ETN’을 안정성 높은 상품인 것처럼 홍보하고 은행 신탁으로 파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시가 한쪽으로 크게 튀게 되면 손실이 날 수 있는데 이런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신증권의 경우 내부적으로 ‘양매도 ETN’ 출시를 검토했지만 ‘고위험성 상품’이라고 판단해 철회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ETN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두드러지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인 불완전판매 이슈 등에 대한 관리감독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양매도 ETN, 인기 높지만… 증시 급변동 땐 손실 우려
입력 2018-10-0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