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도입 효과도 결국 부익부 빈익빈

입력 2018-10-03 04:04

주52시간 근무제가 대체로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KT와 BC카드는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3개월을 맞아 변화된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2일 발표했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제도로 종업원 300인 이상 업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7월부터 시행됐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뒤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밀집한 주요 지역 내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은 줄어들었다. KT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후인 8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전국 휴대폰 및 기지국 신호를 바탕으로 유동인구 움직임을 파악해보니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많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 직장인 일평균 근무시간(체류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55분 감소했다. IT·게임 업체들이 많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역시 직장인 일평균 근무시간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2분 감소했다. 주52시간 근무제 유예 대상인 금융 업체가 많은 여의도도 평균 근무시간이 약 7분 줄었다.

반면 아직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 아닌 중소·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는 근무시간이 외려 늘어났다. 300인 이하의 중소·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의 경우 평균 근무시간이 이전보다 약 6분 늘었다.

직장인 출퇴근 시간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의 26%가 오전 7시30분∼8시에 출근했지만 올해는 약 15%만 같은 시간에 출근했다. 반면 오전 8시30분∼9시에 출근하는 직장인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38%로 늘었다. 한편 광화문 판교 여의도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대인 오후 6∼7시에 퇴근하는 직장인 비율은 31.4%로 지난해 동기 대비 7% 늘었다.

주52시간 근무제 이후 여가 관련 업체들의 매출도 늘었다. BC카드가 8월 19일∼9월 15일 서울 소재 가맹점 매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업종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평균 9.2% 늘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