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목사가 돼 많은 장병을 전도해야지.’
군목시험에 응시했다. 필기시험은 합격이었다. 문제는 신체검사. 합격조건은 키 162㎝ 이상, 몸무게 50㎏ 이상이었다. 나는 46㎏, 합격선에 4㎏이 모자랐다.
몸무게를 늘려 달라고 기도했다. 드디어 신체검사장에 도착해 가슴을 졸이며 체중계에 올라섰다. 아니나 다를까. 체중계 바늘은 46㎏에서 멈췄다.
‘떨어졌구나.’
순간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판정관인 대위가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네. 네. 알겠습니다.”
높은 사람에게 전화가 온 것 같았다. 대위의 얼굴이 상당히 경직돼 있었다. 대위는 급히 전화기를 내려놓고 저울침을 보더니 “64㎏”이라고 말했다. 46㎏을 거꾸로 읽은 것이다.
내가 “저…, 46㎏인데요”라고 말하니 “군대 안 가려고 거짓말하면 안 됩니다”라고 대위는 큰소리로 답했다. 거짓말은 자신이 하면서 나 보고 거짓말을 한다고 한 것이다. 그때 일은 정말 기적이었다. 나는 훈련을 받고 군목으로 임관돼 연대급 교회로 발령받았다.
연대장의 별명은 ‘멧돼지’였다. 무신론자였는데, 한번은 훈련에 조금 늦었더니 “목사는 적이 대검으로 배를 찌르면 칼이 안 들어갑니까”라고 했다. 참으로 멧돼지 같은 모습이요, 성격이 급하고 말 또한 거칠었다.
하루는 주일예배를 인도하고 연병장 주위를 걷고 있는데 젊은 청년 하나가 연대장 숙소 옆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 청년은 연대장 아들이었다. 대학에 떨어져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가 돼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맡겨놨다는 것이다. 과외선생을 구한다고도 했다. 나는 ‘옳다, 기회다’ 싶어 연대장에게 “혹시 내가 과외선생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교수 경력까지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연대장은 “내 아들 사람 만들어주고 대학에 합격시켜주면 무엇이든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1년간 열심히 가르쳤다. 하나님 말씀으로 양육하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 성령의 역사로 그 아들은 새사람이 됐다. S대에도 합격했다. 연대장은 연신 고마워했다. 그러고는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장병들 신앙교육을 위해 군종사병을 대대별로 정해주시고 제게 시간을 할애해 주십시오.”
그는 즉시 허락했다. 그리고 “다른 것은 있느냐”고 또 물었다.
“연대장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남아일언중천금이니 약속은 지켜야지요.”
연대장은 세례공부를 시작했다. 6개월 뒤 그는 1200명의 장병과 세례문답을 함께할 때 “나는 하나님 앞에서 죄인입니다. 나를 구원할 이는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울었다. 연대장은 진급해 전군 신자화 운동에 앞장섰다. 걸음이 걷는 이에게 있지 않고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있음을 깊이 깨달았던 순간이었다.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