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보인 2분기에 집을 사느라 가계의 여윳돈이 6조원가량 줄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축소로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영업부진을 보이면서 기업의 자금 사정은 4분기 만에 최악으로 추락했다. 반면 정부는 세수 호조 덕에 여유자금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이 11조원으로 1분기(16조9000억원)보다 5조9000억원 줄었다고 2일 밝혔다. 2009년 자금순환 통계를 뽑기 시작한 뒤로 2분기 기준으로 2011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로 적은 규모다. 순자금운용은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수치로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윳돈을 보여준다.
올해 2분기 가계의 자금조달 규모는 27조6000억원으로 1분기(22조8000억원)보다 4조8000억원 늘었다. 반면 자금운용 규모는 1분기 39조6000억원에서 38조5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줄었다. 특히 금융기관 예치금이 같은 기간 26조7000억원에서 15조4000억원으로 11조3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주택 구입을 위해 빚을 내거나 예금 등을 인출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에 주거용 건물 건설(명목·원계열) 규모는 28조4000억원으로 1분기(24조5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 느는 등 부동산 시장이 호조세를 보였다.
기업들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5조4000억원으로 1분기(9조9000억원)보다 5조5000억원 증가했다. 2분기에 한전과 한수원 등 일부 공기업이 실적 부진으로 적자를 낸 탓이다.
가계와 기업이 여윳돈 감소로 고전한 데 비해 정부 곳간에는 여윳돈이 넘쳤다. 세수 확대 덕분이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액은 13조1000억원으로 1분기(7조5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 늘었다. 빚을 얻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국채 발행을 축소하는 등 자금조달 규모는 24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28조8000억원)보다 줄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분기 총수입은 123조원으로 1분기(121조원)보다 2조원 늘었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가계 여윳돈 6조 줄었다… 집 사느라 예금 찾고 대출 늘려
입력 2018-10-03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