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서울시가 생활임금 도입에 따른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증가가 가져온 변화를 처음으로 조사했다. 소비가 늘고, 문화생활이 가능해지고, 일과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개선됐다는 응답이 나왔다.
서울시는 1일 ‘서울형 생활임금 적용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생활임금 도입 이후 소득은 최저임금보다 월 20여만원이 증가했고, 증가한 소득의 50%는 순소비지출로 이어졌다”면서 “생활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빈곤 해소와 유효수요 창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생활임금은 3인 가구 기준으로 실제 생활이 가능한 최소한의 임금을 서울시가 책정한 것으로 시와 투자·출연기관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 자회사 근로자, 민간위탁 근로자, 뉴딜일자리사업 참여자 등에 적용된다.
이번 실태조사는 시의 의뢰를 받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이 지난 9월 실시했다. 올해 서울시 생활임금 적용대상자 1만여명 중 431명을 표본 할당해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중 조사에 응한 376명의 답변을 분석한 것이다.
응답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197만2000원(주 44.6시간 기준)으로 조사됐다. 이는 동일 노동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보다 20여만원이 많은 액수다.
생활임금으로 향상된 소득은 소비와 저축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임금이 적용된 후 ‘소비지출액이 증가했다’는 답변이 50.9%로 나왔다. ‘소비액과 저축액이 같이 증가했다’는 27.6%, ‘저축액 증가’는 23.4%였다.
소비지출이 늘었다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사용 항목을 물어본 결과 대부분 의식주와 의료비, 부채 상환 등에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비(외식 포함)에 사용했다는 답변이 36.6%로 가장 많았고 주거비(18.6%), 보건의료비(15.7%), 부채상환비(11.0%)가 뒤를 이었다.
생활임금 적용 후 개인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50.3%가 ‘문화생활에 보탬이 됐다’고 답했다. 또 42.6%는 ‘돈 걱정이 다소 줄었다’고 답했고 ‘보다 편리한 교통수단 이용’(41.2%), ‘가족과 더 많은 시간 사용’(39.3%), ‘교육기회 증가’(36.2%) 등도 언급했다. ‘소득이 늘어 연장근무를 줄였다’(34.2%)는 경우도 있었다.
업무와 회사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고객이나 시민에게 더 친절해졌다’(63.6%), ‘회사에 대해 애사심이 높아졌다’(56.2%),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다’(67.5%) 등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서울시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6030원이던 2016년 생활임금을 7145원으로 책정한 이후 해마다 인상해 왔다. 이날 발표된 2019년 서울시 생활임금은 1만148원으로 처음으로 1만원대에 진입했다. 전년도 생활임금 9211원에서 10.2% 상향된 것으로 내년도 최저임금(8350원)보다 1798원이 많은 금액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서울형 생활임금’ 3년… 소비 늘고 문화생활에 보탬
입력 2018-10-01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