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 시장에 ‘격자무늬 전쟁’이 뜨겁다.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를 이용한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카카오페이 등 기존 업체에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신용카드사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정부와 카드사들은 ‘QR결제’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일 기세다.
QR결제는 중국 인도 등에서 보편화된 모바일 결제 방식이다. 현금 대신 스마트폰만 있으면 판매 상점의 QR코드를 인식해 모바일로 값을 치를 수 있다. 사용처도 택시부터 노점상, 자판기까지 무궁무진하다.
국내 카드사 중에 BC카드가 최초로 포문을 열었다. BC카드는 1일 국제결제표준규격에 맞춘 QR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BC카드 고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페이북)에서 ‘QR결제’ 메뉴를 선택한 뒤 가맹점의 QR 인식기에 스마트폰 화면을 대면 결제가 완료된다. GS25편의점과 두타몰, 노량진수산시장 등 1만4000여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BC카드 측은 “향후 300만여개의 전국 가맹점으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연내 QR코드를 이용한 ‘제로(서울) 페이’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한국은행과 28개 금융·유관기관이 모인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도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직불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정사업본부는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한 ‘포스트페이(Post Pay) 간편결제 서비스’를 지난달 13일 내놓았다. 포스트 페이 앱으로 가게에 부착돼 있는 QR코드를 찍고 결제 금액을 입력하면 대금이 자동으로 이체된다.
한발 앞서 QR결제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페이의 점유율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출시 3개월 만에 소상공인 가맹점 10만개를 돌파했다. QR코드가 인쇄된 결제 키트를 무료 배포하며 공격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1조8000억원에 달했다. 7월과 비교해 4.2배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거래액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QR코드를 이용한 결제라는 점에서 같다. 다만 결제금액의 ‘출처’는 다르다. 카카오페이나 정부·지자체의 ‘페이’ 서비스는 소비자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형태다. 일종의 직불카드나 체크카드 방식이다.
반면 카드사는 기존 신용결제 시스템에 뿌리를 둔다. 계좌에서 돈이 바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신용카드를 긁듯이 사용하고 결제대금은 추후에 청구된다. BC카드 관계자는 “일일이 현금을 충전하거나 통장 잔고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각종 카드 할인, 할부 혜택을 QR결제에도 그대로 제공하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본다.
카드사들은 공동으로 ‘QR결제 통합시스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A카드사가 가맹점에 설치한 QR코드를 B카드사 이용 고객도 쓸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몇몇 카드업체가 중심이 돼 QR결제 통합시스템 구축을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향후 QR결제 시장이 ‘계좌이체’와 ‘신용결제’로 양분될 것으로 관측한다. 중국의 경우 은행 계좌에 미리 충전한 금액 안에서만 결제할 수 있는 ‘알리페이’ 등이 압도적이지만,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70%에 달하는 한국에선 다를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동등한 QR결제 환경에서 소비자 편의성을 담보하는 결제 방식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모바일 결제 시장 잡아라”… 불붙은 ‘QR코드 전쟁’
입력 2018-10-0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