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업체에 대법원 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최근 사업자 선정 자료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감사에 돌입했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자법정 사업 수주 과정에서 전직 행정처 공무원의 아내가 세운 A사에 대한 특혜 의혹이 지난 8월 제기됐다. A사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대법원 전자법정 사업과 관련해 243억원 상당의 물품 공급 및 하도급 계약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대법원은 2008년 사업 수주와 관련해 국회와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행정처 출신 공무원 6명이 2000년 설립한 B사와 9년간 수백억원대 수의계약을 맺은 게 문제가 됐다. 지적이 잇따르자 대법원은 B사와 거래를 중단하고 경쟁 입찰로 방식을 바꿨다. 2009년 B사 설립 멤버의 아내가 A사를 세웠고, A사는 대법원의 전자법정 사업 중 상당수를 단독 입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특혜 의혹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실물화상기였다. 대법원은 2016년 국산이 아닌 오스트리아 제품을 구입했다. 대당 500여만원으로 국산 실물화상기 가격의 10배 수준이었다. 대법원은 총 21억여원을 들여 전국 법원에 이를 보급했다. A사는 이 제품의 수입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논란이 일자 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은 A4용지 10장 분량의 해명서를 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입찰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이었다.
행정처는 “정보화 사업의 특성상 초기 시스템이나 장비를 구축한 사업자가 사업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에 참여한 사업자가 유리한 측면이 있어 다른 사업에 비해 신규 사업자 진입 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타 업체들과도 정보화 사업 계약을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간 유지해오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논란의 중심인 실물화상기에 대해서는 “형사사건에서 수사기록이나 증거의 실물을 올려두고 소송 당사자와 화면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선명도가 높은 화질이 요구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달청에 올라온 중소기업 제품은 법정용으로 활용하기에 사양이 충족되지 못한다”며 “차세대 전자소송 체제 하의 영상재판 등 장래 법정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윤리감사관실이 사업 수주 관련 감사에 착수한 것이다. 행정처 관계자는 “감사를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감사의 경위와 구체적인 감사 대상에 대해서는 “감사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단독] 법원행정처, 수백억 전자법정 사업 의혹 내부 감사 중
입력 2018-10-01 18:19 수정 2018-10-01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