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나이 차를 뛰어넘는 스승과 제자의 화음을 들려줄 무대가 열린다. 바리톤 김성길(77)과 이응광(37)은 오는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청춘과 사랑(Youth & Love)’이라는 제목으로 가곡 콘서트를 연다.
서울대 음대 교수로 은퇴한 김성길은 1일 서울 종로구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도 한때 마리아 칼라스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기량이 탁월했지만 솔직히 이젠 나이가 많이 들었다. 연주회를 앞두고 실망을 끼치지 않기 위해 24시간 노래를 들으며 맹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때 스승 김성길의 음반을 들으며 성악가의 꿈을 키운 이응광은 서울대 대학원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그와 사제 간 정을 나눠 왔다. 그는 “한국 성악계 거목이자 은사인 선생님과 무대에 오르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독일 알렉산더 지라르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응광은 스위스 바젤 오페라 극장 주역 가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귀국했다.
이응광은 “선생님의 추천으로 프랑스에서 열린 유명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했는데 그해에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 행운을 누렸다”며 “내가 유럽에 있는 동안 프랑스의 뮤직 캠프에 오시면 선생님이 밥도 해주시고 아들처럼 챙겨주셨다. 사랑을 많이 받은 제자”라고 수줍게 말했다.
김성길 역시 특별한 사랑을 드러냈다. 그는 “30년 넘게 많은 제자를 만났지만 이군은 음악을 표현하는 감성이 탁월하다. 정말 사랑하는 제자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김성길과 이응광은 간담회에 앞서 각각 ‘대니 보이(Danny Boy)’와 ‘그리움의 아리랑’을 불렀다. 스승의 깊은 연륜과 제자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두 사람은 윌리엄스의 ‘여행자의 노래’ 등 영·미 가곡, ‘사공의 노래’ 등 한국 가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성길은 “레퍼토리가 너무 자세히 알려지면 좀 그렇지 않나? ‘늙은이와 젊은이의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일으키게 해 달라”며 웃었다. 이응광은 “기회가 된다면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선생님과 자주 연주회를 갖고 싶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바리톤 김성길-이응광 가곡 콘서트… 스승과 제자의 화음 뽐낸다
입력 2018-10-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