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하가이(38) 성공회 신부는 케냐에서 왔다. 20대에 3000여명 성도와 고아들을 돌보던 그는 지난달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학업우수상도 받았다. 지금은 케냐 어린이 1000여명을 대한성공회 부산교구와 함께 후원하고 있다.
“신부들에게 줄 월급이 없어요. 그래서 한 명의 신부가 많은 교회를 담당합니다.”
1일 서울 성공회주교좌성당에서 만난 하가이 신부에게 20대에 3000명의 영혼을 보살피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가 신부가 된 것은 26세. 케냐 니안자 교구의 유일한 신부로 당시 교회 7곳에서 설교했다. 주일이면 자전거를 몰고 여러 교회를 오갔다.
하가이 신부는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 생활이 어려워 가톨릭 복지기관에 맡겨졌고 농장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돈이 없어 교장에게 사정해야 했고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을 걸어 등교했다. 스무 살 되던 해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버지의 생전 권유로 성공회 신부가 됐다.
교회 앞에는 집이 없고 구걸하는 아이가 많았다. 자연재해와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었다. 어릴 적 자신의 모습과 닮은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들을 집에 데려와 재우고 먹이며 함께 생활했다. 돈이 생길 때마다 아이들의 학비로 썼다.
그의 삶은 2013년 바뀌었다. 케냐에 강의를 온 한동대 국제경영대학원 이용 교수를 만나 한국에서 공부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짧은 기간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을 배우고 싶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동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경희대 국제대학원 국제개발협력학과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그는 지금 ‘아프리카 어린이를 교육시킵시다(Educate a child in Africa)’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케냐 어린이 1000여명에게 생활비와 학비를 보내고 있다. 박동신 대한성공회 부산교구장의 후원도 받는다. 하가이 신부는 “함께 생활한 아이 중에는 대학을 졸업해 정부기관과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이도 있다”며 “교육만이 그들의 삶을 바꿀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목회자로서 봉사도 잊지 않는다. 그는 수도권 나눔의집에서 영어와 아프리카 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포천 나눔의집에서 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자를 위한 설교와 번역 봉사도 지난달 시작했다. 최근 박사가 된 그의 꿈은 하나였다.
“케냐 어린이에게 한국처럼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영감을 주고 싶어요.”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교육만이 아프리카 어린이들 삶을 바꿀 유일한 길이죠”
입력 2018-10-0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