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 측 “정식으로 검색하다 우연히 미인가 정보 접속”
기재부 “보안 허점을 노려 조직적·반복적으로 침입”
폭로의 불법성 여부 놓고도 “위법”-“정당한 의정활동”
심재철(사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꺼내든 비공개 예산정보를 사이에 두고 심 의원 측과 청와대·정부가 대치하고 있다. 자료 폭로와 반박, 재반박이 거듭되고, 상대편을 처벌해 달라는 법적 대응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차적인 법률 판단은 검찰 수사 절차를 통해 가려질 수 있지만 이미 사안은 합법, 불법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감정적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퇴로 없는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비인가 자료 접근 경위 및 입수 후 조치, 공개한 자료의 성격 등을 놓고 건건이 엇갈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심 의원은 자료의 내용(부당한 예산 집행 등)을, 청와대·정부는 “불법적으로 습득한 정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심 의원과 보좌진은 이달 초부터 10여일간 한국재정정보원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 접속해 47만건의 행정자료를 열람·다운로드했다. 양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심 의원 측이 비인가 구역까지 들어가 대량의 정보를 취득했으며, 이 과정에 보안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문제는 사전에 ‘접근 불가’ 정보임을 알았는지 여부다. 심 의원 측은 정식 발급받은 아이디로 시스템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미인가 정보에 접속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컴퓨터 자판의 백스페이스를 한두 번 눌렀더니 아무런 경고 표시도 없이 ‘비밀의 방’이 열렸다는 것이다. 반면 기재부는 심 의원실이 보안 허점을 노려 계획적·반복적·조직적으로 침입해 정보를 무단 유출했다는 입장이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5단계 이상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당자료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도 불법성 인지 여부 규명을 위해 심 의원 측의 접속 경로, 경향성 등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해킹 등 불법적 방법을 동원했다면 당연히 범죄지만 시스템 부실·오류로 정보가 노출됐다면 그건 관리 책임”이라며 “결국 고의성 유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인가 정보를 활용한 폭로의 불법성 여부도 쟁점이다. 심 의원은 기재부의 자료 반납 요청과 검찰 고발에도 불구하고 내용 공개를 강행했다. 여권은 “국가기밀 자료 탈취 행위”라고 규정했고, 심 의원은 “정부 감시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의정활동”이란 ‘위법성 조각’ 논리로 맞섰다. 또 폭로 내용이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심 의원은 디브레인 자료 원본이 아니라 통계 형식으로 재가공한 내용을 공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9일 현 정부 청와대가 직원들에게 회의 참석 1회당 최소 10만∼25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회의수당을 부당 지급했다는 주장을 추가로 내놨다.
청와대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비서관·행정관들이 수령한 돈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당장의 업무 수행을 위해 민간인 전문가들로 정책자문단을 구성해 자문 횟수에 따라 지급한 자문료라는 것이다. 이에 심 의원은 “노무현정부를 포함해 앞선 정권에서는 청와대 정식 임명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1∼2개월 무보수 자원봉사를 했다”고 재반박했다.
지호일 박세환 기자 blue51@kmib.co.kr
‘심재철 의원 예산정보 유출’ 쟁점은?
입력 2018-10-0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