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압수수색… ‘방어선’ 무너졌다

입력 2018-10-01 04:04
법원, 사법농단 수사 3개월 만에 梁 전 대법원장 차량에 영장 발부
헌정사상 처음… 고영한 주거지 박병대·차한성 사무실도 포함
법원 ‘압수수색 빗장’ 열리면서 ‘몸통’ 향한 수사 탄력 받을 듯


검찰이 30일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관 등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에 있는 최고 책임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 착수 이후 전직 대법관에 대한 첫 압수수색이다. 그동안 검찰의 윗선 수사 시도를 번번이 기각시킨 법원의 ‘압수수색 빗장’이 사실상 처음 열리면서 사법농단 몸통을 향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고영한 전 대법관의 주거지와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이 현재 사용하는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퇴임 후 사용하고 있는 개인 소유 차량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 7월에도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등에 대해 첫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이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재차 영장을 청구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대법관들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재판 등 개입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법관이 공모했다는 소명이 부족하다’ 등이 영장 기각 이유였다. 이를 놓고 법원이 사실상 사법농단 의혹의 최종 책임자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선에서 방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날 영장 발부로 검찰 수사 착수 이후 3개월 넘게 지켜온 법원의 방어선이 사실상 무너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강제 수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전·현직 고위 법관, 실무급 판사 등에 대한 광범위한 인적 조사로 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대법관의 연루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쪽에서조차 대법관까지 문제 삼을 생각은 못했다는 얘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검찰 수사로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 늘어나고 윗선의 지시나 방침 등 진술이 나오니 (법원도)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원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차량 영장만 발부됐고, 박 전 대법관과 차 전 대법관도 사무실 외에 주거지 영장은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민영 문동성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