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데이터 부담없이”… 이통사, 해외 로밍 불꽃 경쟁

입력 2018-10-01 04:04

이동통신 3사의 해외 로밍요금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 나은 로밍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해외 로밍요금제를 손질해 국내 요금제와 닮은꼴로 만드는 게 공통 목표다.

LG유플러스는 1일부터 주력 데이터 로밍요금제 6종 가입자의 음성통화 수신료를 면제한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가입자들은 미국·중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 전화를 받을 때 국내에서처럼 통화 수신료가 면제된다. 그동안 통화 발신료 부담을 줄여주는 로밍요금제는 공개됐었지만 수신료 부담을 없앤 요금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음성 수신료 면제가 적용되는 로밍요금제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과 ‘맘편한 데이터팩’ 5종이다. 해당 요금제 가입 고객은 미국(분당 1219원), 중국(분당 1157원), 영국(분당 955원) 등 주요국에서 음성 수신료가 면제된다. LG유플러스는 수신료 면제 서비스를 내년 3월 말까지 시범 운영해본 뒤 정식 도입 여부를 고민할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도 올 연말부터 괌·사이판에서 추가 로밍 요금 없이 국내에서 쓰다 남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신규 로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KT는 지난 5월 해외 주요국에서 음성통화를 걸 때 발신료를 국내 종량제 요금(초당 1.98원) 수준으로 낮추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통사들의 신규 로밍 개편안은 종량 요금제 고객뿐 아니라 정액 요금제 고객에게도 혜택을 주는 게 장점이다. 앞선 로밍 개편안들은 주로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만 돈을 내는 종량 요금제 가입자의 부담만 낮춰 일정 기간 단위로 로밍 요금을 내는 정액 요금제 가입자는 소외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이번 신규 요금제들 역시 ‘정액 요금제의 요금 인하’나 ‘24시간 과금체계 손질’ 같은 소비자 요구는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이통 3사가 일제히 로밍 경쟁에 돌입한 것은 로밍이 무선통신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으면서 가입자 유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올 여름 로밍 서비스 이용자가 전년 대비 25% 늘었다”며 “앞으로 로밍 혜택이 가입자 혜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로밍 요금 인하 요구도 이통 3사의 로밍 요금제 개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통 3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내 이통사들의 비싼 로밍 요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곤욕을 치렀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