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 빚 1500조원 시대, 금리인상 후폭풍에 대비해야

입력 2018-10-01 04:01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변동형 금리가 4%대 중반으로 올랐고 5%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11년 만에 최대인 0.75% 포인트로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 미뤄 왔지만 연내에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0년까지 기준금리를 5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기준금리도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이나 제2금융권 대출금리도 따라 오른다.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창업자금·운영자금을 조달해 온 가계나 자영업자,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1493조원이나 된다. 1년 전 같은 시점에 비해 105조원(7.6%)이나 늘었다.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791조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자영업자 대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6월 말 기준 590조원인데 자영업자 1인당 3억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시중금리가 0.25%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조원 이상 는다고 한다. 그만큼 가계의 살림살이가 쪼그라들어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 차주(借主)의 대출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등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점검하고 가계나 기업들이 과도한 충격을 받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틈을 노려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자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도록 대출금리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중채무에 저신용이고 저소득인 취약 차주들이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더 많이 받게 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취약 차주의 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집중돼 있고 신용대출이 많다. 제2금융권 대출이 부실해지면 시차를 두고 은행권으로 전이되기 마련이다.

금융 당국은 대출자의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고금리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상환 능력이 없는 한계 차주를 대상으로 한 채무 조정도 적극 유도해 나가야 한다. 가계나 기업들은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는 만큼 이제는 스스로 부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부담 능력을 넘어서는 대출을 했다가는 낭패 보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특히 대출을 끼고 무리해서 집을 산 다주택자들은 이자 부담이 커지고 보유세도 오르는 만큼 재무 상태를 재점검해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