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앙상블의 연주로 문을 연 공연은 시 낭송, 메조소프라노와 바리톤 및 금관앙상블의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출연진은 관객과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곡과 악기에 대한 해설을 먼저 한 뒤 공연을 시작했다. 바리톤 권용만은 “이탈리아 나폴리는 우리로 치면 군산 같은 항구도시인데 다음에 부를 곡이 나폴리 민요”라며 “바다를 늘 접하니 잘 아시겠지만 폭풍우 지나고 뜨는 태양이 제일 빛난다. 폭풍 뒤엔 눈부신 해가 뜬다는 걸 잊지 말자는 게 곡의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한 뒤 ‘오 솔레 미오(오 나의 태양)’를 불렀다.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연인 만큼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가까웠다. 출연진은 무대와 관객석을 넘나들며 공연을 펼쳤고 주민들도 적극 호응했다. 순서마다 앙코르 요청이 잇따라 공연 시간이 당초 예정보다 30분 넘게 길어질 정도였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음악회에 온 이주연(41)씨는 “섬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공연이었다. 특히 음악가를 가까이 보며 감상할 수 있었던 게 인상적”이라며 “연주 전 악기와 곡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자녀들의 음악 교육에도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곳 토박이인 마을 이장 강태무(57)씨는 “정통 클래식 공연은 마을에서 처음이라 관심이 저조할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교회는 안 다니지만 최근 교회가 지역에 좋은 일을 여럿 해서 주목하고 있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 박승로 목사와 이작교회 성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교회 집사로 이날 주민들에게 일일이 간식을 제공한 장순실(55)씨는 “평소 교회에서 못 보던 이웃도 여럿 찾아와 반가웠다”며 “공연을 돕는 게 힘들긴 했지만 교회가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걸 보니 마음이 뭉클하다. 내년에 또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0여년간 이민목회를 하다 지난해 이작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박 목사는 음악회를 앞두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에 발 벗고 나섰다. 성도들 역시 출연진과 주민들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며 원활한 진행에 힘을 보탰다. 그는 “여러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로 이번 자리가 만들어졌고 교회 성도들이 잘 대응을 해줬기에 격조 높은 음악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오늘 공연이 문화 혜택을 누리기 힘든 섬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이곳의 필요를 알고 대접하는 것은 교회의 주된 역할 중 하나”라며 “하나님 나라 확장뿐 아니라 이작도 역사에 좋은 전환점을 제공하는 교회가 되도록 성도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이작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